"형사사법 근간 흔드는데 다수당 마음대로 통과 가능"…김 총장, 글 게시 승인
검찰 내부망 '부글부글'…"모래에 머리 박은 타조 같은 선배들 부끄럽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대검찰청이 사실상 공식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일선 검사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사법연수원 32기·부장검사)은 "검수완박 추진 관련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검찰 업무를 기획하고 법령 개정 등을 다루는 자리다.

국회는 전날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법사위 소속이던 민주당 박성준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맞바꿔 사·보임했다.

이로 인해 법사위 안건조정위 구도가 바뀔 경우 쟁점 안건이 민주당의 의지대로 본회의에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권 과장은 이런 국회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보임을 '검수완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된 사례가 있다"며 "설명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썼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인데, 복잡하고 비용이 드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유보하고 우선 검찰 수사권 폐지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며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도 다수당이 마음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의 심의절차가 과연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 가족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지, 상식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 묻는다"고 덧붙였다.

권 과장의 글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고 내부망에 게시됐다.

박찬록 부산지검 2차장검사(30기)는 댓글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도 없이 오랜 시간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형사사법체계를 정치적 이해에 따라 하루아침에 갈아엎는다는 자체가 참으로 무섭고 흉하다"며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종우 대검 형사2과장(33기) 역시 "검사의 수사는 경찰이 무고한 사람을 과잉수사하거나 마땅히 처벌해야 하는 사람을 부실수사한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지 묻고 싶다"고 적었다.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29기)은 "소추권자가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입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헌법상 규정된 검사의 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헌법 질서 파괴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과장의 글이 올라온 뒤 내부망에는 일선 검찰청 소속 검사들의 입장문이 잇따랐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30기)는 "제도 개선이 행해지려면 기존 제도의 문제점보다 새로운 제도의 장점이 많아야 하고 그 혜택은 국민 다수가 누리는 것이어야 한다"며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 업무를 4월까지 시한을 정해놓고 진행하려는 시도는 누가 보더라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 입법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근무한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32기)는 김오수 총장과 고검장·검사장들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 부장검사는 "현 총장께서는 법무차관으로 현재 제도 설계에 직접 관여했고 고검장·검사장 다수는 총장님이 '검찰개혁' 과정에서 역할을 하실 때 옆에서 함께 도운 분들"이라며 "일개 부장검사급 과장이 분을 토하며 글을 올릴 지경까지 돼도 어디서 뭘 하시는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했다.

그는 "'내 목을 쳐라'라고 일갈한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못하겠지만 소극적인 의사 표현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차라리 검수완박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입장을 표명하라"며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처럼 사라져 버린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