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줄어도 어쩔 수 없다"…대학가 '술게임 금지령' 뜬 이유
지난 7일 오후 9시 서울 안암동 고려대 인근 대학가의 한 주점. 22학번 신입생들이 과잠바를 입고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산했던 거리는 다시 학생들로 북적였지만 술집 내에선 과거만큼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 대학가에서 술게임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나누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예 ‘술게임 금지’라는 안내문을 내건 가게들도 있었다. 최소한의 민간방역이라는 게 주인들의 설명이다.

서울 동작구와 성북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최 모씨(53)는 “술게임을 금지하면 손님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술게임을 할 때 목소리가 커지고 접촉이 많아져 어쩔 수 없다”며 “아직 오미크론 확산세가 완전히 줄어든 게 아니라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서도 ‘술자리에서 술게임을 하지 말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술게임 금지령’에 실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고려대 신입생 이 모씨(19)는 "수험생 때 술게임 동영상을 보면서 화려한 대학 생활을 기대했다"며 "인원 제한 규제만 풀리길 기다렸는데 이제는 방역수칙을 준수해도 술게임을 하기엔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역 조치가 완화되더라도 노인이나 영유아 등 감염 취약계층을 위해 서로가 조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게임을 하면 평소 술자리보다 목소리가 커지고 비말 확산이 많아져 주변에 있는 다른 손님들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