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원장 "우리가 지켜야할 환자들…의료진 미리 대책 준비했어야"
"확진자라고 안 받을 수 없어요"…수술 위해 음압실 설치 W 병원
"병원은 환자가 오면 수술을 해야 합니다.

확진자라고 안 받을 수 없어요"
이 당연한 진리가 그동안 외면을 받았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대구 W 병원에서 만난 김영우 원장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병원들이 목숨을 걸고 치료하는 게 사라졌다"며 "코로나19 초기 병원에 확진자가 다녀가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몸담은 W 병원은 지난 2월 13일 코로나19 확진자를 상대로 외과 수술을 시작했다.

대구에서는 대학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정규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데 2차 병원 가운데 확진자에게 정규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W 병원이 유일하다.

W 병원에서 이제까지 수술을 진행한 코로나19 확진자는 34명. 코로나19 확진 뒤 격리기간이 지났는데도 PCR 검사에서 양성이 뜬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병원들을 전전하다가 내원한 11살 무릎 열상 환자까지 포함하면 35명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감염자까지도 수술을 받아주기로 한 건 올해 1월 20일 회의에서다.

김 원장은 "대구시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손가락이 찢어졌는데 봉합할 데가 없다고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김원장은 이날 대구시에서 연락을 받은 후 회의를 열어 확진자를 받기로 결정했다.

병원은 1개 수술실에 음압기를 달기로 했다.

본래 수술실에는 바깥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

안에 있는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양압 방식이다.

수술실에 음압기를 단다는 건 바깥의 공기가 수술실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원리다.

음압기를 설치하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수지접합·관절 전문병원'이란 인증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 원장은 "여러가지 우려가 있었지만 확진자 수술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며 "전체 8개 수술실 중 기존에 중증 감염 환자를 위해 사용하던 작은 수술실을 2주에 걸쳐 음압 수술실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확진자라고 안 받을 수 없어요"…수술 위해 음압실 설치 W 병원
초기에는 병원 내 일부 의료진도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수술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원장은 기존 의료진 중 코로나19 확진 경험이 있는 이부터 불러 수술을 집도했다.

그는 "대구시에서 수술은 해야 하는데 대학병원이 꽉 차 못 들어가는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을 우리 병원에 보낼까 봐 처음에는 비밀로 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김해에서도, 포항에서도 수술이 급한 확진환자가 왔고, 심지어 안산에서도 수술 요청이 왔다"고 전했다.

적으면 하루에 1명, 많을 땐 2∼3명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외상 수술을 받기 위해 응급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황에 익숙해진 의료진이 점차 수술에 동참해 이제는 병원 의료진 약 300여 명 중 50∼60명이 코로나19 확진자 수술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는 1급 전염병이라서 수술한 확진자는 원래 우리 병원에 입원할 수 없었다"며 "수술을 해주고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보내기를 반복하다가 지난달 중순 오미크론 환자 입원도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병원 일부 병실에도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음압기를 설치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위한 수술 시작 전 지난 2년간 W 병원을 찾은 확진 응급환자는 4명이었다.

그는 "당시에는 음압 수술실이 없어서 확진환자를 모두 대학병원으로 보내야 했다"며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상황이라고 해서 응급환자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며 "사실상 각 병원, 응급실이 지켜야 하는 건 환자"라고 말했다.

현 의료 상황에 가장 아쉬운 점은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산부, 투석 환자, 중증 외상 환자를 받아주는 곳이 부족한 의료 현실"이라며 "우리가 지켜야할 환자들이고 (의료진들이) 미리 대책을 준비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특히 산부인과 병원들이 코로나19 시국에 어떠한 변화도 만들어내지 않고 있다"며 "충남 아산 산모가 헬기 타고 울산으로 가서 출산하고, 경남 창원 산모가 제주도까지 가는 현실은 만들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대학병원에서도 손발 외상을 입은 환자를 보내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우리끼린 우리 병원을 4차 병원이라고 부른다"며 "전국에 4차 병원이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고 바랐다.

"확진자라고 안 받을 수 없어요"…수술 위해 음압실 설치 W 병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