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보철과 이재훈 교수. 연세의료원 제공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보철과 이재훈 교수. 연세의료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치아의 가장 바깥면에서 외부 자극을 막아주는 법랑질이 생성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법랑질형성부전증의 발병 기전을 밝히고 또 누렇고 거친 치아의 맞춤형 치료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보철과 이재훈 교수 및 포항공대 생명공학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법랑질을 생성하는 아멜로제네시스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임상경구 조사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법랑질형성부전증은 치아를 보호하고 충치균을 막아주는 법랑질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는 질환이다. 유치와 영구치 모두에서 발병할 수 있다. 치아가 누렇게 변하고 석회화가 잘 일어나지 않아 치아 표면이 거칠어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충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치아가 약해져 쉽게 마모되고 부식될 수 있다.

발생 원인으로 유전적인 영향과 법랑질 형성 시기의 영양결핍 등이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들은 여러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보고했으나 한국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유전 변이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게다가 발병 양상이 특발성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원인 유전자를 찾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법랑질형성부전증을 가진 한 가계의 4세대 31명 중 법랑질형성부전증의 영향을 받은 8명과 그렇지 않은 4명 등 총 12명을 대상으로 타액샘플 채취 방식을 통해 유전자 엑솜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엑솜 염기서열분석은 다양한 유전질병의 원인 유전자를 발굴할 때 사용된다.

그 결과 법랑질형성부전증의 영향을 받지 않은 1세대 아버지와 영향을 받은 어머니로부터 2세대 4명의 자녀 중 2명이 법랑질형성부전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3세대 및 4세대 가족 구성원 중 일부 구성원에서도 법랑질형성부전증의 영향이 이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법랑질형성부전증과 관련된 모든 후보 유전자를 분석하고 유전자 변이체 필터링을 통해 스크리닝했다. 이후 필터링 된 변이체를 대상으로 서열 보존 및 단백질 구조를 기반으로 한 인실리코(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돌연변이 영향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인 홀로사이토크롬c 합성효소 관련 유전자에서 단백질 합성에 영향을 주는 X-연관 우성-이형 접합 게놈 미스센스 돌연변이가 법랑질을 생성하는 아멜로제네시스 과정에서 잠재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서 나타난 홀로사이토크롬c 합성효소의 변이체는 유전적 영향을 받은 가족 구성원에서는 관찰됐으나 영향을 받지 않은 가족 구성원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또 인구 10만 명 중 유전체 분석 변이가 얼마나 자주 발견돼 환자의 생존이나 기능에 오작동을 일으키는지 측정하는 지표인 기능 상실 관찰·예상 상한 분율(LOEUF) 분석을 통해 해당 변이체의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홀로사이토크롬c 합성효소에서 발견된 이 변이체는 진화 기반 및 대규모 인구 기반 분석에서 LOEUF 값 –0.41로 유해할 것으로 예상됐다. 단백질 구조의 인실리코 분석에서도 법랑질 생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재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법랑질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역할을 확인했으며 이는 법랑질혈성부전 발병 기전을 밝혀내는 단서가 될 것”이라며 “법랑질형성부전의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아 개인 맞춤형 치료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및 한국연구재단 연구과제와 포스텍 의료기기혁신센터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