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논의 불필요, 근거 없어"…경영계 "심도 있게 논의해야"
'인상' 두고는 "물가 고공행진" vs "소상공인 어려워"
박준식 위원장 "합리적 상향이 바람직"…공익위원들 "사퇴안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이른바 '차등적용'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사실상 결정권을 쥐었다고 평가받는 공익위원들은 정부가 바뀌는 데 맞춰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첫 최저임금이 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기 위한 첫 전원회의를 열었다.

통상 첫 전원회의는 상견례 정도 의미를 가진다.

이날 재적위원 27명 가운데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9명과 근로자위원 6명 등 24명이 참석했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대표들은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반대와 찬성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업종이나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것을 말하며 현행 최저임금법엔 업종별 차등적용은 근거(4조 1항 단서)가 마련돼있다.

하지만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한 차례만 시행됐던 터라 노동계는 사문화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재계가 업종·지역별 구분(차등)적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적용할 근거가 없다"라면서 "특히 지역별 구분적용은 최저임금위 심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를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규정하면서 "(최저임금법에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에서도 업종별 구분적용 조항 삭제와 수습·장애인노동자 차등적용 금지 등을 주장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상견례부터 '차등적용' 두고 신경전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 심의를 두고 국민 관심이 상당히 높고 노동자 측 대표분들도 강하게 발언하시는 것 같다"라면서 "법으로 보장된 업종별 구분적용이 그간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했기에 올해는 심도 있게 논의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부를 두고도 노동계와 경영계 신경전은 이어졌다.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노동자 생활 안정이라는 최저임금제 본래 목적에 맞는 심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라면서 "지난해부터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으며 동네 음식점에 가면 1만원 이하인 메뉴를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많은 자영업자가 코로나19에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점은 잘 알지만, 자영업자 아픔의 근본적 원인은 불공정한 경제구조에 있다"라면서 "코로나19를 겪고도 정부가 대기업 갑질이나 임대료, 카드수수료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은 점이 유감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새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양극화와 불균형을 개선하는 최선의 해결책임을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은 위원은 "재계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경영환경이 악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2018년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고려한 문 정부 최저임금 인상률은 5.86%로 이전 보수정권보다 낮다"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한 근로자위원들과 달리 류기정 위원은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고 있지만,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들은 여전히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 경영 여건을 고려해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안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상견례부터 '차등적용' 두고 신경전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최저임금은 경제생산성과 물가수준을 반영하되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 경제의 지속가능성, 사회적 용인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합리적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익위원 거취를 묻는 분들이 많다"라면서 "지금까지 사퇴를 밝히거나 말씀하신 분은 한 분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익위원들은 지위가 유지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심의에 임할 것이니 거취 질문은 안 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공익위원 9명 가운데 상임위원 1명을 제외한 8명이 작년 5월 14일 새 임기를 시작해 2024년 5월 13일까지 임기가 남았다.

윤 당선인이 후보 때부터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터라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을 '교체'해 이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의 질문에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노사 간의 협의에서 결정할 일을 정부가 개입해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개입은 굉장히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상견례부터 '차등적용' 두고 신경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