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채점 오류’ 논란을 빚었던 지난해 세무사 2차 시험 문항에 대한 재채점을 한국산업인력공단에 권고했다. 다만 국세 행정 경력자(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을 위한 ‘특혜 출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국세청은 향후 재채점 결과를 수용해 추가 합격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세무사 시험 최초로 ‘재채점’

'공무원 특혜 논란' 세무사시험, 다시 채점한다
고용부는 4일 ‘2021년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인 결과 시험 출제와 채점 과정이 전반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기관경고’를 내리고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 등 6명에게 징계 등 조처를 하도록 공단에 권고했다.

또 채점에 일관성이 없었던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 3’에 대해서는 재채점 권고를 내렸다. 세무사 시험에서 재채점 권고가 내려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논란의 대상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법정 결정 기한을 설명하시오’라는 4점짜리 문제다.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난 뒤 정답(상속세 과세표준 신고 기한부터 9개월 이내 결정한다)을 쓰거나 절반을 맞혔는데도 0점을 받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답과 다른 표현을 썼는데도 만점을 받은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용부 감사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고용부는 “채점위원이 같은 답안에 대해 다른 점수를 부여하는 등 채점의 일관성이 부족했고 채점담당자는 이런 문제를 제대로 확인·검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권고에 따라 공단은 2개월 내 재채점을 하고 이행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국세청은 추가 합격자 선정 등 수험생 구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장신기 국세청 대변인은 “재채점 결과 기준점수를 넘긴 수험자가 나오면 추가 합격시킬 것”이라며 “기존 합격자들은 재채점 결과와 상관없이 합격 결과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세무공무원 ‘특혜 의혹’은 못 밝혀

고용부는 감사 결과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 대한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지난해 9월 치러진 세무사 2차 시험에서는 세법학 난이도가 높아 세무공무원 출신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었다. 2차 시험은 회계학 1부와 2부, 세법학 1부와 2부 등 총 4개 과목으로 구성된다. 한 과목이라도 40점 아래면 ‘과락’으로 불합격이다. 그런데 지난해 2차 시험 중 세법학 1부 과목에서 응시생 3962명 중 82.1%인 3254명이 과락을 받았다. 최근 5년간 이 과목의 평균 과락률이 40%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 728명 중 482명은 세법학 1부 시험을 아예 치르지 않았다. 세무사법 5조의 2항에 따르면 ‘20년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일했거나, 세무공무원 10년 이상에 5급 이상 재직 경력이 5년 이상’이면 세법학 1·2부 시험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격자 706명 중 국세행정 경력자가 215명(21.4%)이나 배출됐다. 그 전 3년간 국세 행정 경력자 출신 합격자 비율은 평균 2.8%에 불과했다.

결국 탈락한 수험생들이 부정 시험 의혹을 제기하며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세무사 시험 응시자들로 이뤄진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는 지난해 12월 국세청 출신 경력자의 시험 면제를 규정한 세무사법 시행령이 세무사 수험생의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감사 결과 “출제위원들이 외부 영향 없이 문제를 내고 난이도를 설정했으며 출제위원이 단독으로 난이도를 조작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 국세청 출신 출제위원이 세법학 출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출제위원 간 출제 청탁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