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일 수 있는 건 식비뿐…아이들에게 미안"
대학가·고시촌도 물가 올라…"세 끼는 식비 부담돼 두끼만 먹어"
"맹물에 면 사리만"…식탁 물가 폭등에 짓눌리는 빈곤층

서울 강서구 임대주택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이모(62) 씨는 최근 먹거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매 끼니를 어떻게 때울지가 고민이다.

지체 장애를 겪는 이씨는 평소 국수를 만들어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더는 물가를 감당할 수 없게 됐고 맹물에 국수사리만 넣어 삶아 먹는 것이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4일 월드비전, 밀알복지재단, 홈리스행동 등에 따르면 최근 먹거리 물가에 비상이 걸리면서 안 그래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소외 이웃들의 식탁은 더 빈약해지고 있다.

지적 장애가 있는 손자를 돌보는 강순화(59) 씨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작년부터 먹는 양을 줄이고 있다.

아침을 늦게 먹고 점심은 안 먹는다"면서 "그러면 아이도 '할머니가 먹을 때 같이 먹을래'라며 나를 따라 안 먹는다.

딱하고 불쌍하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강씨는 "작년에는 아이가 치킨, 햄버거를 사달라고 하면 거의 다 사줬는데 요즘에는 열 번 중 네 번도 못 사준다"며 "속이 상하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놈의 종이 쪼가리가 뭐라고"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 아이를 둔 A(46)씨는 "기초수급비는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너무 많이 올라 신용카드값이 너무 버겁다"며 "줄일 수 있는 것은 식비밖에 없다.

마트에 가면 유통기한이 거의 다 된 세일 품목만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유방암을 앓는 그는 "아이들 학비를 위해 제 몸을 위해서 쓰는 돈을 많이 줄였다.

제게는 손이 선뜻 가질 않는다"며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한창 먹을 때인 중2 아들은 학원 차비를 아껴서 친구들과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 먹는다.

엄마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소외 이웃들이 어려움에 빠져있지만 이들을 최대한 돌보려는 구호·자선 단체들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후원 감소와 물가 상승에 이중고에 빠져 힘에 부친다고 호소한다.

매일 250여명에게 끼니를 제공하는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관계자는 "반찬과 부식값이 너무 올랐다.

일회용 도시락도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소득 가정에 도시락을 제공하는 월드비전 측은 "물가 상승으로 1인당 도시락 단가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역과 온라인에서 식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해 줄 수 있는 곳을 찾아보고 후원기업을 직접 발굴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맹물에 면 사리만"…식탁 물가 폭등에 짓눌리는 빈곤층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과 수험생들도 대학가와 고시원 부근 식당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자 하루하루 한 끼가 서글프다.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늦은 점심을 먹던 고시생 노모(29) 씨는 "하루에 한 끼나 두 끼만 먹고 있다.

세 끼를 다 먹으면 부담이 된다"며 "500원, 1천원 오르는 것이 적어 보이지만 한 달간 쌓이면 타격이 크다.

오늘도 식비를 줄이기 위해 컵밥을 먹으러 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3) 씨는 "외식을 안 하고 직접 집에서 해 먹거나 정 안 되면 라면을 끓여 먹는데도 식비가 한 달에 17만∼25만원이다.

하루에 두 끼만 먹는데도 비싸다"라며 "예전에는 학식이 싸서 잘 먹었는데 요즘은 학식 메뉴도 줄고 값도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조모(26) 씨도 "밖에 식당들이 워낙 값이 많이 올라서 매일 학식을 먹는다"며 "요즘은 친구들과 같이 먹을 때도 외식을 하지 않고 학식을 사 먹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황모(35) 씨는 "정문 앞에 즐겨 찾는 식당은 최근 메뉴가 천원 올랐고 거의 가격을 안 올린 식당을 찾기가 힘들다"며 "이렇게까지 모든 식당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올린 건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