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사태 11년 만에 증권사에 과징금 20억 소송 승소
법원 "고섬 거래정지 사태에 국내 상장주관사 과징금 물어야"
투자자들에게 2천억원대 손실을 안겼던 2011년 중국 회사 고섬의 국내 증권시장 거래정지 사태를 놓고 국내 상장 주관사였던 증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함상훈 권순열 표현덕 부장판사)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이 "과징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미래에셋증권은 금융위가 과거 대우증권에 부과했던 20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중국 섬유업체인 고섬은 2011년 1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으나 두 달 만에 거래가 정지된 데 이어 2013년 10월 상장폐지 됐다.

고섬은 국내 증시에서 주당 모집가액 7천원에 3천만 주가 공모돼 2천100억원의 공모 자금을 취득했다.

당국의 조사 결과 고섬은 증권신고서에 기초자산의 31.6%가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이라고 기재했으나 실제로는 심각한 현금 부족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상장주관사였던 대우증권이 고섬의 예금 잔고조차 확인하지 않는 등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2013년 10월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우증권이 제기한 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모두 상장주관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대우증권이 고섬의 증권신고서 내용이 허위였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알지 못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것이 1·2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5월 심리 미진을 이유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당시 "원고가 대표 주관사인 인수인으로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보이고, 상당한 주의를 다했더라도 허위 기재를 알 수 없었다는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원고가 현금과 현금성 자산에 관해 확인하지 않은 것은 인수인으로서 주의의무를 현저히 결여한 경우"라며 금융위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대우증권과 공동으로 상장 주관을 맡았던 한화투자증권 역시 별도로 금융위를 상대로 소송을 내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1·2심에서 승소했으나 대법원은 2020년 2월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