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2021 실태조사' 보고서…"청년 성별갈등 해소 필요"
2030 남녀, 인권의식 온도차…'여성인권' 두고 간극 가장 커
올해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20∼30대 남녀가 이른바 '이대녀'와 '이대남'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가운데, 이들이 인권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들 'MZ' 세대 남녀는 '여성인권'을 두고 가장 큰 인식 차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 우리 사회 인권 바라보는 시각…2030 남성보다 여성이 부정적
3일 국가인권위원회의 '2021년 국가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권 개선 수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의 성별 차이가 20∼30대(이하 2030)에서 가장 컸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만7천593명을 대상으로 작년 7월 16일부터 11월 8일까지 진행됐다.

남성은 8천706명(49.5%), 여성은 8천887명(50.5%)이었다.

30대 이하는 5천770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32.8%다.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전반적으로 존중된다고 느끼냐는 물음에 2030 남성은 82.3%가, 여성은 76.7%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이런 인식 차는 2030 남녀가 체감하는 인권 수준이 서로 다른 데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2030 남녀, 인권의식 온도차…'여성인권' 두고 간극 가장 커
조사 결과를 보면 2030 남성은 한국 사회에서 인권이 대체로 존중되는 가운데 다른 집단보다 본인의 인권이 존중받고, 자신도 타인의 인권을 존중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2030 남성 중 10명 중 8명(84.8%)은 본인의 인권이 존중받는다고 답했고,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90.3%로 다른 연령·성별 집단보다 높았다.

반면 2030 여성은 동년배 남성보다 인권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 주거권, 노동권, 사회보장권, 안전권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응답한 비율이 다른 집단보다 높았고, 노인·장애인·이주민·아동청소년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가장 높았다.

특히 2030 여성 10명 중 9명(89.4%)은 '겉으로는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고 타인의 권리는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데 공감했다.

전체 집단 중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이다.

◇ 여성인권 두고 시각차 커…"성별 격차 줄이는 교육해야"
이런 남녀의 시각차는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에서 더 크게 드러났다.

2030 남성 10명 중 9명(90.4%)은 여성 인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답한 반면, 2030 여성은 10명 중 7명(74.2%)만 그렇다고 답했다.

전체 연령·성별 집단 중 2030 남성이 가장 긍정적으로 답했고, 2030 여성은 가장 부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2030 남성은 취약집단 중에서도 가장 인권이 존중받는 집단은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2030 남성이 다른 취약계층 집단의 인권 상황을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아동청소년(84.1%), 노인(74.9%), 장애인(55.6%), 이주민(41.6%) 순이었다.

연구진은 "(전체 응답 중)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인권침해와 차별을 많이 받는 집단이라는 응답은 8.3%에 불과해 다른 인권취약집단에 비해 낮은 수치였다"며 "표면적으로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인권침해와 차별을 덜 받는다고 볼 수 있지만 집단별로 보면 여성 내부에서도 세대별로 큰 편차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사 결과에 근거해보면 향후 인권침해나 차별 해소를 위한 교육이나 정책을 실시할 때 여성을 취약계층 전체로 보지 않고 이들 내부의 세대 차이를 고려해 맞춤형 교육이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남녀 간의 인권 의식이나 차별 경험의 격차가 큰 2030 젊은 세대들을 대상으로 한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교육이 실시돼야 현재 보이는 성별 갈등 구도를 줄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