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 인기 학과로 꼽혔던 독일어교육과 불어교육과 등 외국어교육학과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학령인구가 줄고, 수험생들이 제2 외국어로 중국어와 일본어를 선호하면서 교원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비(非)인기 외국어 교육학과들을 속속 통폐합하고 있다.

부산대는 지난 1일 사범대인 독어교육과, 불어교육과를 인문대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로 각각 통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학과는 2024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 부산대 관계자는 “두 학과는 모집 정원이 각 9명에 불과해 수업 진행에 무리가 있어 커리큘럼이 비슷한 어문학과와 합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외국어대도 독일어·프랑스어·중국어교육과를 ‘외국어교육학부’로 통합하고 올해 첫 신입생을 뽑았다. 해당 학과 재학생들과 교수, 동문이 크게 반발했지만 학교 측은 통폐합을 그대로 진행했다. 교육부 역량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교원 양성 정원을 30% 줄이다 보니 학과를 통폐합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두 학교의 통폐합으로 독어교육과가 있는 대학은 전국적으로 서울대 경북대 전북대 한국교원대 등 네 곳만 남게 됐다. 교육계에선 이들도 곧 구조조정 명단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독어·불어교육과의 통폐합 논의는 수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로 속도가 붙지 못했다. 한국교원대도 2015년 독어·불어·중국어교육과를 하나의 학부로 통폐합하려다가 내부 반발로 철회했다.

독일어와 프랑스어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기 외국어 과목이었다. 하지만 중국어와 일본어 교육의 수요에 밀려 명맥만 유지해 오던 상황이다. 국공립 임용시험을 통한 독어·프랑스어 정교사 선발은 각각 2008년, 2009년이 마지막이다. 각각 15년, 14년째 교사를 뽑지 않고 있다.

서울대 독어·불어교육과도 지난 10년간 교사를 배출하지 못했다. 현재 서울 공립고교 프랑스어 정교사는 2명뿐인데 이들도 내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한국외대 독어교육과 졸업생 유모씨(34)는 “선후배 중 독일어 교사가 됐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며 “동기들도 대부분 복수전공을 통해 일반 기업에 취업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독어·프랑스어 교육이 가능한 최소한의 예비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외국어교육과 교수는 “과거보다 영향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여전히 경제 강국인 만큼 깊은 이해도를 가진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며 “눈앞의 수요만 보고 학과를 없애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