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단체교섭권을 두고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와 삼성화재노조 사이에서 벌어진 소송 ‘2라운드’에서 법원이 원심을 뒤집고 평사원협의회노조 손을 들어줬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전지원)는 전날 삼성화재노동조합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중지해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소를 기각했다. 삼성화재노조 손을 들어준 원심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이 소송은 평사원협의회노조가 교섭권을 갖게 된 것을 삼성화재노조가 인정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평사원협의회노조는 1987년부터 삼성화재 사우회로 운영돼오던 ‘평사원협의회’를 바탕으로 설립됐다. 삼성그룹의 무노조 원칙에 따라 노조 지위는 얻지 못했지만, 삼성화재와 단체협약과 비슷한 ‘근로조건에 관한 협약’을 맺는 등 오랜 기간 노조와 다름없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아 정식 노조 지위를 획득했다. 그 이후 빠른 속도로 조합원을 늘리며 현재 3000여 명이 소속된 과반수 노조가 됐다.

이에 삼성화재노조는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어용노조”라고 주장하며 단체교섭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노조는 삼성전자의 비노조 경영방침의 실현 방안이 담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S그룹 노사문건’을 근거로 들었다. 여기엔 ‘삼성그룹은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를 유사시 친사노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건은 2012년 공개돼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일부 관계자가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삼성화재노조 측은 이와 함께 평사원협의회노조가 평사원협의회 시절부터 삼성화재에서 운영비를 받아왔다는 점과 노조 설립 및 규약 개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총회 결의 절차를 밟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1심 재판부도 이런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노조법에 따라 새롭게 설립된 노동조합이며 S그룹 문건도 평사원협의회노조 설립 9년 전의 것”이라며 “평사원협의회 노조도 사측의 개입으로 설립됐거나 기존 평사원협의회가 어용노조로 전환한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3000명에 달하는 평사원협의회 노조 소속 조합원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노조에 가입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진성/곽용희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