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이나 예방 조치로 인해 점포 매출이 이전보다 30% 이상 줄어든 소상공인은 임차료를 깎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소상공인들의 코로나 피해 구제에 일부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매출 30% 이상 줄면 임차료 감면 요청 가능"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의 임차료 감액 청구에 대한 기본방침을 이같이 정했다고 31일 발표했다. 해당 방침은 상가건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분쟁조정위)가 임대료 증감 조정안을 내놓을 때 적용하는 내부 기준(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앞서 법무부는 2020년 9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감염병 여파로 경제 사정이 변하면 임대 보증금 증감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경제 사정 변화’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준비해왔다.

정부 기본방침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일 이후 코로나19 방역 또는 예방 조치가 강화됐고, 이 같은 조치 후 평균 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소상공인은 임차료 감액을 요청할 수 있다. 매출 감소율은 코로나19 방역·예방 조치를 강화하기 전 1년간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단, 영업을 시작한 지 1년 이하인 소상공인은 예외적으로 3개월 이상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감소율을 산정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감액 규모는 소상공인과 임대인이 협의해 정할 수 있게 했다. 큰 틀에서는 현재 임대료에 평균 매출액 감소율을 곱한 금액만큼 감액하는 것을 청구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월세 100만원을 내던 소상공인이 코로나19 방역·예방 조치로 월평균 1000만원인 매출이 30% 감소했다면, 100만원에서 30% 할인한 70만원을 내게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임대인의 입장까지 반영해야 하므로 소상공인이 원하는 만큼 임차료를 깎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 2020년 서울시 분쟁조정위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 도심 오피스빌딩 1층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은 코로나19 방역·예방 조치로 콜센터 직원 등 기존 주요 고객의 방문이 줄어 평소보다 월매출이 30% 감소했다. 월 400만원을 내고 있던 커피전문점 주인은 매출 감소율만큼 할인한 280만원을 월세로 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임대인은 “고정비용이 월평균 300만원이고 코로나19 발생 후 같은 건물의 비슷한 위치에 월세 300만원으로 계약한 사례가 있다”며 “최소 30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위는 양쪽 사정을 감안해 최종 월세 조정금액을 300만원으로 결정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소상공인들이 이전보다 쉽게 임차료 조정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지 1년6개월이 지났지만 구체적 기준이 없다보니 소상공인이 감액 청구권 행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임차료 조정에 나서는 건 여전히 드물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2019~2021년 분쟁조정위에 접수된 임대료 조정 신청 건수는 연평균 76건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조정이 성사된 건수는 연평균 7.3건에 불과했다.

소상공인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미 영업 제한 등이 해제되는 분위기라서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매출 감소율 30% 이상을 기준으로 삼은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느낄 소상공인들이 있을 만큼 최종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