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음악 들으면 흥이 나요…한국 배우러 유학 왔어요"
“제 이름은 릴리입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인천에 있는 유타대 아시아캠퍼스에 왔어요. 트로트를 좋아해요.”

수줍은 표정으로 또박또박 우리말을 구사하는 푸른 눈의 그는 미국인 유학생 릴리(20)다. 올해 한국 나이 스무 살인 릴리는 지난 2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유타대 아시아캠퍼스로 유학을 왔다.

그는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촬영지로 국내에 잘 알려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태어나 자랐다. 한국어는 말하고 글 쓰고 웬만한 대화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영어로 ‘I love you’란 말은 한국어나 일본어는 ‘좋아해’ ‘너뿐이야’ ‘사랑해’처럼 여러 가지 다른 말로 표현이 가능해요. 그런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옛소련의 정치적 압박을 피해 루마니아에서 이민 온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2세 때부터 학교에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했다. 여행사에 근무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관심을 두고 외국어를 공부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루마니아어를 배우고, 고향인 뉴멕시코가 멕시코와 국경을 접해 있어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동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어를 접했고, 한국 가요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우리말을 처음 배웠다.

“또래 다른 친구들은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하는데 전 한국의 트로트 음악을 좋아해요. 들으면 흥이 나서 계속 듣게 되더라고요. TV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은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다 봤어요.”

그의 스마트폰 화면 속 음악 플레이 리스트에는 나훈아, 임영웅, 박상철, 김나희, 송가희 등 국내 인기 트로트 가수의 곡들로 가득했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인 그는 한국 미디어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학교에서도 영상 제작 인턴으로 주 3일 근무하면서 장학금을 받고 있다. 그녀가 유타대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에 있는 아시아캠퍼스 때문이었다. 유타대에 입학하면 한국에서도 공부할 수 있다는 입학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주저 없이 원서를 제출했다. 중국어와 한국어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다른 대학의 다양한 학생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그를 자극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캠퍼스로 입학했지만, 다음 학기에 아시아캠퍼스로 소속을 옮길 거예요. 학비도 더 저렴하고 계속해서 글로벌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