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 감찰을 받고 허위 소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에게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최근 숨진 소방관 A씨의 유족이 “순직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A씨는 2018년 9월 동료 소방관 등과의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이 소방재난본부의 암행 감찰 대상에 올라와 있어 회식에 참석한 다른 사람도 감찰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소방서에서는 감찰 대상이던 동료 소방관과 A씨가 부적절한 관계라는 헛소문이 돌았다. 보직 변경 등으로 우울증을 앓던 A씨는 2019년 3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인사혁신처는 A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판단하고 순직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유족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 역시 A씨의 사망을 공무상 재해라고 보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공무원이 공무로 인해 우울증 등 질병이 발생하거나 증상이 나빠져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공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고인이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중 감찰 및 그 이후 직장 내 소문으로 인해 극심한 모멸감, 불안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 증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고인이 겪은 스트레스가 공무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