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급 감염병은 확진자 모두 조사, 4급은 표본조사만
격리 방식·치료비 지원 수준도 달라져…당국 "논의 필요"
코로나19 감염병등급 조정…독감처럼 4급 분류시 전수조사 안해
정부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조정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방역·의료 대응체계 변경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치명률이 계절독감 수준(0.05∼0.1%)으로 낮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코로나19를 최고 등급인 '1급 감염병'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두고 전문가들과 논의를 시작한다.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확진자 격리와 치료비 지원 수준 등이 바뀌게 된다.

만일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4급 감염병'으로 분류된다면, 지금처럼 모든 확진자를 방역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표본조사만 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법정 감염병을 심각도, 전파력 등에 따라 1∼4급으로 분류하고 등급별로 확진자 신고와 관리 체계를 달리 적용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속한 1급 감염병에는 생물테러감염병이나 치명률이 높은 감염병, 집단 발생 우려가 큰 감염병 등 총 17종이 포함돼 있다.

에볼라바이러스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신종인플루엔자, 두창(천연두), 페스트, 탄저병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런 1급 감염병의 경우 의료진에게 확진자가 확인되는 즉시 방역당국에 신고하고, 모든 확진자를 음압병실 등에 격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의 경우에도 의료진이 확진자를 모두 당국에 신고하고, 확진자는 의료기관이나 자택 등에서 격리생활을 해야 한다.

또 코로나19를 비롯한 1급 감염병의 경우 국가가 치료비를 지원한다.

현재 코로나19 격리병상 비용은 물론이고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투약 비용 역시 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30만∼40만명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으로 분류해 대응하기에는 의료역량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달 3일 보건복지부 등에 공문을 보내 "1급 감염병 대응은 일일 확진자가 몇백 명 수준일 때 가능했다"며 "(코로나19를) 제2급 감염병이나 4급 감염병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응 수준을 낮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진단검사·치료가 동네 병원과 의원에서 이뤄지고 코로나19 치명률이 계절독감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1급 감염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감염병등급 조정…독감처럼 4급 분류시 전수조사 안해
이에 정부는 등급 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방역당국은 일상적 의료체계에서도 코로나 대응이 가능하도록 현재 '1급'으로 지정된 감염병 등급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달라"고 지시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감염병 등급 조정과 관련해 "오미크론 위험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데 따라 중장기적 측면에서 사전적으로 검토에 착수하게 되는 과제"라며 "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안정화되기 시작하면, 오미크론의 치명률이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1급 감염병에서 해제하는 문제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코로나19가 2∼4급 감염병으로 분류된다면, 우선 확진자 신고 체계가 바뀌게 된다.

결핵, 수두, 홍역과 같은 2급 감염병이나 파상풍, B·C형간염, 일본뇌염 같은 3급 감염병으로 분류되면 의료진 등은 확진자 발생을 방역당국에 24시간 내 신고해야 한다.

확진자를 전수조사하는 것은 지금과 같지만, 신고 기한에 시간이 더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자, 매독 등과 같은 4급 감염병으로 지정되면 이런 전수조사 없이 유행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표본감시'만 하게 된다.

4급 분류 시에는 당국이 모든 확진자 수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매일 전국적인 확진자 규모를 산출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감염병등급 조정…독감처럼 4급 분류시 전수조사 안해
코로나19가 1급 감염병에서 제외되면 확진자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현재는 1급 감염병과 2급 감염병 중 결핵, 홍역, 콜레라 등 11종 환자만 격리 의무가 있다.

또 방역당국은 1급 감염병과 일부 2급 감염병 환자가 있다고 보이는 장소에서 조사할 수 있고, 필요시 공무원이 동행해 해당 감염병 환자에게 입원치료를 받게 할 수 있으나 3∼4급 감염병의 경우 이런 조치의 법적 근거가 없다.

이와 별개로 감염병 등급 조정으로 국가가 전액 부담했던 코로나19 치료비를 환자가 부담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1급 감염병과 일부 2급 감염병 확진자 등 격리치료 대상에 한해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정통령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총괄조정팀장은 치료비 지원과 관련 "어떻게 전환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금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유미 방대본 일상방역관리팀장 역시 "급수 조정에 따른 입원격리 수준이나 관련 예산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전반적인 방역상황을 고려하고, 전문가 등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무료 PCR(유전자증폭) 검사는 공공분야의 검사 역량을 방역상황에 맞춰 어디에 집중할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20년 국내 법정 감염병 분류 체계가 개편된 뒤 1급 감염병이 2∼4급으로 하향 조정된 사례는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