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스마트 물류 콘퍼런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제공
지난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스마트 물류 콘퍼런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제공
부산의 물류산업에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축산물 유통부터 공산품, 화훼 등 각 영역에서 기존 물류 체계의 틀을 깨는 사업들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기업 간 또는 지역 간 협업 구조를 강화해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신물류 기술 등장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산지역 스타트업 ‘피엘지’는 식자재 부문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의 당일 배송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소상공인 식자재 유통 플랫폼 및 마이크로 물류 시스템 구축 과제에 참여한 데 따른 성과다.

피엘지는 대기업 계열의 식자재 유통망이 장악하지 않은 골목상권 영역에 오토바이 등 이륜차 배달 시스템을 접목했다. 부산시 빅데이터 플랫폼의 ‘지역별 교통량’과 물동량 등의 데이터를 확보해 소상공인 특화 마이크로 물류 서비스를 개발했다. 개별 매장의 단말기 데이터를 분석한 뒤 식자재 재고를 예측해 주문과 결제까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삼성웰스토리 등 대기업과 연계해 전국으로 사업망을 확장했다. 2020년 상용화 이후 지난해 32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1월 110억원의 투자 유치를 끌어낸 ‘푸드팡’은 물류 배차 관리 효율화 사업으로 화물 트럭 중심의 배송 체계를 갖췄다. 앱 주문으로 도매시장에서 식당으로 곧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만든 푸드팡은 화물 트럭의 위치 정보와 실제 배송 시간에 관한 정보 등을 활용해 주문자 근처의 유휴 화물차와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콜택시처럼 화물 차량 기사가 주문자의 연락을 받고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이 서비스 개시 후 푸드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67% 증가했다. 이외에 ‘꽃팜’은 화훼의 신선도를 습도, 온도 등으로 정량적으로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한 도매 특화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업-지역-글로벌 협업 구조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운영 3년 차에 접어든 ‘소프트웨어 융합클러스터 2.0 플랫폼 사업화’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 것을 계기로, 올해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센텀시티와 인근 석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진흥단지 조성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이 사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22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물류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지난 3년 동안 241억원의 투자 유치와 스마트 물류 과제 25건이 상용화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기간에 플랫폼에는 32종 8246만 건의 데이터가 모이면서 앞으로의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박경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AI·SW진흥단장은 “개별 기업 중심으로 사업 경험과 기술에 관한 지식이 축적돼 올해부터는 물류산업을 중심으로 상당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금까지는 과제 중심의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기업과 기업, 나아가 지역 간 협업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