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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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얽혀 있는 경찰 수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선거가 끝난 만큼 경찰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자칫 ‘보복 수사'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수사기관의 부담이 작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후보와 관련한 각종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장남 불법도박 의혹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혜경궁 김씨‘ 사건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이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는 ‘성남시 의회 로비 사건’이 주된 수사 대상이다. 2012년 성남시 의장이던 최윤길 씨가 화천대유 측에서 40억원대 성과급을 약속받는 대가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도왔다는 의혹이다. 최씨는 지난달 15일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도 재수사 중이다. 2014~2016년 건축 인허가 등을 대가로 두산 등 기업들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가 구단주로 있던 성남FC에 160억여원을 후원해줬다는 의혹이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지난해 9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고발인 측의 이의신청으로 다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후보 가족과 관련한 의혹도 있다. 경기남부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후보의 장남 동호씨의 불법도박 및 성매매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출석 일정을 조율해 동호씨를 조사할 방침이다.

부인 김씨와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측이 고발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지난달 검찰에서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혜경궁 김씨’ 의혹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혜경궁 김씨 의혹은 2018년 경기남부청이 검찰에 기소 의견 송치했던 사건이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김씨를 불기소 처분했고, 최근 한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재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경찰은 수사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았다. 의혹 당사자인 장남 동호씨와 부인 김씨에 대한 소환 조사도 안 한 상태다.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 경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최승렬 경기남부청장은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사는 조용히 진행하고 오해받을 일은 하지 않겠다"며 “선거 이후에 수사를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짙다. 무리한 수사로 자칫 보복 수사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작지 않아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하게 수사한다고 해도 ‘정치 보복’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수사팀 입장에선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