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요청에 문 열어…어민들, '선박 나포' 뒤늦게 알아
北선박 나포로 서해5도 한때 긴장…대피소도 개방
북한 경비정이 남하하던 선박을 쫓다가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한 8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서해5도에도 한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10㎞ 해상에서 북한 선박이 서해 NLL을 넘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을 뒤쫓던 북한 경비정도 서해 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의 참수리 고속정이 40mm 함포 3발로 경고사격을 했다.

북한 경비정은 NLL 남쪽으로 1km가량 내려왔다가 해군이 경고사격을 하자 다시 북쪽으로 퇴각했다.

군은 월선한 북한 선박을 백령도 인근에서 나포했다.

이 북한 선박에는 군복 차림인 6명과 사복을 입은 1명 등 모두 7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나포 당시 무장한 상태는 아니었으며 "이삿짐을 나르다가 항로를 착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령도에 주둔한 해병대 6여단은 오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령도뿐 아니라 대청도와 소청도에 있는 민간 대피소 문을 모두 열어달라고 옹진군에 요청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이후 서해5도에 지은 최신식 대피소는 백령도 29곳, 연평도 8곳, 대·소청도 9곳 등 모두 46곳이다.

이에 서해5도 면사무소 직원들은 평소 자물쇠로 잠가 놓는 대피소 문을 오전 10시 30분께 모두 개방했고, 대청도에서는 무장한 해병대 대원들이 대피소 입구를 지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옹진군 관계자는 "해병대 측에서 오전에 연락이 와서 '혹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대피소 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며 "별다른 상황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해5도에 주민 대피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3개 섬 면사무소 직원들과 주민 대부분은 오후 들어 언론 보도를 접하기 전까지 북한 선박이 나포된 사실을 몰랐다.

백령도 주민 심모(59)씨는 "조업을 나갔던 어선들이 회항했다는 소문은 오전에 들었다"며 "섬 주민들은 북한 선박이 백령도로 나포된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백령면사무소 관계자도 "북한 선박 나포는 오후에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백령도에서는 어선 11척이, 대청도와 소청도에서는 어선 2척이 출항해 조업했고, 해경은 안전을 이유로 조기 회항을 유도했다.

해경 관계자는 "상황이 발생했을 당시 백령도와 소·대청도 해상에 어선 10여척이 있었다"며 "안전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