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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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 오늘까지 하라고 한 거 어떻게 됐어?”
“예. 부장님! 조금 있다가 보고 드리겠습니다.”
어느 회사에서나 일어나는 일상적인 대화의 한 대목입니다. 그러나 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부장과 과장 중 어느 한쪽도 만족스런 결과를 얻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부장은 지시한 날이 되어서도 진행 상황을 모르고 있고, 과장은 허겁지겁 보고를 마무리해야 하는 현실이 눈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보고가 되기 전에 이미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업무를 하면서 우리가 매일 할 수밖에 없는 일상이 되어버린 보고!
어떻게 하면 우리는 이 보고를 만족스럽고 조금 더 능숙하게 그리고 인정받으며 할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성공하는 보고의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상사를 기다리게 하지 마라
‘박 부장! 저 번에 얘기한 거 아직이야?”
헤드헌터로서 기업의 오너들을 만나다 보면 ‘성격이 급하지 않는 분은 한 분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직장에서 상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급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커리어 상담을 해 보면 급하게 보이지 않을 뿐이지 마음 속은 모두 급하다는 속내를 털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상사가 답을 기다리기 전에 먼저 가서 얘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국 에버딘(Aberdeen)대학 사회인식연구실(Social Cognition Lab) 심리학자인 린덴 마일스(Lynden Miles)는 두 남녀가 함께 발판을 오르내리는 실험을 했습니다. 함께 이 실험에 참여한 여성은 연구진이 투입한 가짜 참가자로 남성 참가자들이 실험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먼저 기다리고 있거나, 또는 일부러 남성 참가자들이 도착한 후 15분 뒤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실험이 끝난 후, 남성 참가자들에게 파트너에 대한 인상을 물어본 결과, 51.2%의 참가자들이 자신을 기다리지 않게 했을 때는 여성 참가자에게 호의를 품었습니다. 반면 15분간 기다렸을 경우에는 24.5%의 참가자들만이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가능한 한 상대방을 기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실험이라 생각됩니다. 이 실험의 결과처럼 상대방을 기다리게 하면 상대방이 나를 좋아할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51.2% → 24.5%)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업무에서도 기다리는 것을 좋아할 상사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접하는 치킨집이나 식당에도 배송지연 문제로 항의 전화가 많은데, 기다리는 것을 그만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직장에서의 보고는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둘째, 중간보고를 포함한 결과 전 사전보고를 하라
오늘이 월요일인데 상사가 금요일까지 보고를 지시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요일에 맞추어 보고를 합니다. 이 경우에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금요일에 보고되는 결과물이 만족도를 높여 주는 경우가 쉽지 않기에 중간 보고를 통해 최종 결과물을 다듬어 가는 것이 좋습니다. 중간 보고를 받은 상사는 잘못된 부분을 이야기해 주게 되고 수정에 수정을 거친 보고는 처음에 하려고 했던 보고 보다 더 나은 결과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만난 어느 중견기업의 CEO는 연말 임원 인사에서 영업담당 임원을 교체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본 즉, 영업을 통해 수주를 한 것이 고객의 컴플레인(Complain)을 통해 취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수주가 취소되기 전 CEO는 당시 상황에 대한 염려를 전했으나 담당 임원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보고를 했고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CEO는 “중간보고를 통해 상황파악만 되었더라도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을텐데 결론이 나버린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문책성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사전 보고가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인데, 중간보고를 통해 CEO가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이런 좋지 못한 상황은 피했을 것입니다.

셋째, 대면보고의 상황을 즐겨라
제가 만난 분들 중에는 혼나는 것이 두려워 상사와의 대면보고를 회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본인이 담당자인데 옆자리의 팀동료에게 대신 보고서를 들이미는 사람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혼자서 끌어안고 끙끙거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코로나 상황이 오자 대면보고가 줄어서 좋다고 합니다. 최근에 메일이나 카톡 등의 메신저로 보고를 대신하는 상황도 늘어나고 있는데, 편리함 때문에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합니다.
하지만 메일로 하는 보고는 필요한 말만 간단히 하게 되기 때문에 사무적인 이야기만 하게 되고 인간적인 분위기가 결여됩니다. 앞서 얘기한 편의성 측면에서는 좋다고 할 수 있으나 이러한 대면보고의 축소는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교류조차도 막게 되어 상사와의 친밀도는 물론이고 업무상 얻을 수 있는 직장생활의 유용한 조언을 들을 배움의 기회도 줄어들게 됩니다.
대면보고를 힘들어하지 말고 빠르고 정확한 보고를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며, 좋은 조언과 도움을 받을 기회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직장생활을 잘 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잘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 해내기 때문에 평가도 좋습니다. 대면보고를 소통의 기회로 생각하고 즐기다보면 보고의 두려움도 사라질 것입니다.

박선규 마이더스HR 대표
직장에서 성공하는 '보고의 3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