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으론 답 없다"…퇴근 후 알바 뛰는 'N잡' 직장인들
출근 시간이 늦은 편인 50대 초반의 여성 A씨는 오전에 블로그 글을 써서 홍보하는 '바이럴 마케팅' 아르바이트를 한다. 부족한 소득을 메꾸는 재미가 쏠쏠하다. 건당 수고비가 지급돼 시간제한도 크지 않은 데다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금피크제를 맞이한 50대 후반 남성 직장은 B씨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답답함도 해결하고 부족한 소득도 벌충할 겸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했다. 처음에 미심쩍어하던 점주도 B씨의 성실한 태도에 주말 근로까지 제안했다.

코로나19 이후 전통적인 아르바이트 연령대인 20대의 아르바이트는 지원량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30대와 40대의 아르바이트 지원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물가상승 등으로 소득수준이 약화하면서 장년층을 중심으로 투잡족이 많이 늘어난 현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소기업, 연봉 3000만 원 미만 근로자가 아르바이트 병행을 고려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40·50대 알바 구직량 '급증'


취업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이 6일 한국경제신문의 의뢰로 전체 개인회원의 구직 활동과 아르바이트 지원량을 분석한 결과, 2019년 대비 2021년 알바 지원량은 30대에서 5.6%, 40대에서 27.7%가 늘어났다. 코로나19 전이었던 2019년과 코로나19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던 2020년을 비교했는데도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증가 폭은 50대와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더 컸다. 2019년과 비교해 2021년 알바 지원량이 각각 64.4%, 85.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에서만 유일하게 알바 구직량이 2019년 대비 10.6%나 감소했다.

전체 알바 구직 지원량만 놓고 보면 여전히 20대가 주요 공급층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2019년 코로나 발생 전 68.1%였던 20대의 비중은 2020년 65.6%, 지난해 60.5%로 크게 떨어졌다. 30대의 경우엔 2019년 13.5%에서 지난해 14.6%, 올해 14.1%로 등락이 있었다.

반면 40대는 2019년 6.9%에서 2020년 8.0%로 늘었고 지난해 8.8%까지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도 2019년 2.9%에서 지난해 4.7%로, 60대 이상도 0.4%에서 0.7%로 늘었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주요 알바 구직자로 꼽히던 20대의 알바 지원량 감소세가 지속되는 반면, 10대·30대 등 타 연령대는 전체적으로 지원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30, 40대 알바 구직량 증가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직장인들이 수입 부족으로 인해 투잡, N잡을 찾아 나섰다'는 점을 들었다.

구직 공고 숫자도 40대 이상 장년층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 폭증세를 보였다. 2019년 대비 2021년 공고수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증가 폭을 기록한 것은 청소 미화 업종으로 무려 951.1%로 폭증했다. 그다음 순위를 차지한 베이비시터·가사도우미도 365.9%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 시장도 경제적 상황이 반영돼 20대의 전유물에 그치지 않고 어느 정도 고령화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었다.

'중소기업' '연봉 3000만 원 미만' 근로자 투잡 찾는 비율 높아


사회초년생 중 아르바이트 병행(투잡)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 중엔 중소기업 재직자와 소득 2600만 원 미만 근로자들의 비중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투잡을 하는 데에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알바천국이 직장 재직 5년 미만 사회초년생 10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월 25일부터 26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8.5%가 취업 이후에도 아르바이트 병행을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민해 봤다고 응답한 사람 중 절반 이상은 실제로 재직 중 별도 알바를 병행한 경험이 있거나(44.0%) 현재도 아르바이트 근무를 하고 있다(14.3%)고 응답했다.

아르바이트 병행 등 '투잡'을 고민한 이유(복수응답)로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컸다. '직장 근로소득을 뛰어넘는 수익이 필요해서'라는 응답이 45.2%에 이르렀고 '취업 전 생각보다 연봉이나 실수령액이 적기때문'이라는 응답도 39.3%에 달했다.

'직장 근로소득만으로는 부족해서', '취업한 직장이나 직무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퇴사나 재취업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답변도 각각 36.9%, 22.6%에 이르렀다. 그 외에 △본업 외에 다른 일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22.6%) △학자금·주택자금 대출 등 상환을 위해(19.0%) △여가 시간에 딱히 할 게 없어서(17.9%) △각종 제도로 인해 재직 중 수당 등이 줄어서(13.1%)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경제적 이유 때문인지 재직기업이 중소규모이거나 연봉이 낮을수록 투잡을 뛰는 비중이 높았다. 취업 이후 아르바이트를 병행했거나 병행 중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 중소기업에 재직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5.1%였던데 반해, 중견기업 재직자는 12.2%, 대기업은 6.1%에 그쳤다.

연봉구간 별로 보면 2400만 원 미만이 36.7%, 2400에서 2600만 원 미만이 30.6%를 차지했다. 3000만 원 미만 소득의 근로자가 전체의 81.5%를 기록해 경제적 이유가 알바를 찾아 나선 배경이라는 것을 방증했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서 얻는 수입은 주로 50만원 미만이었다. 3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과 30에서 5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34.7%로 동일했고, 2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를 번다는 응답이 20.4%, 100만원 이상 번다는 응답이 10.2%에 달했다.

시간대별로 분석 결과 주말 내내나 오전·오후 등 틈나는 시간대를 이용한다는 응답이 34.6%로 가장 높았고, 평일 저녁 등 퇴근 후에 근무한다는 응답이 22.4%를 차지했다. 출근 전 오전에 한다는 응답도 10.2%에 달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