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첨단 정보기술(IT) 업종에 속한 기업 유치를 위해 파격적 인센티브 기준을 내놨다. 그간 도시 외곽 산업단지에 전통기업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투자 유치에서 벗어나 도심의 시 소유 미개발 부지에 첨단 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당근’을 제시했다. “지난해 보궐선거 당선 후 비약적인 투자 유치 증가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박형준 시장의 또 다른 승부수”라는 게 지역 내 평가다

부산 도심 '노는 땅'…첨단 IT밸리 만든다
부산시는 ‘기업 및 투자 유치 촉진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4일 발표했다. 그동안 공공시설을 들이는 데 초점을 맞췄던 시 소유 미개발 부지를 기업에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이 제도가 활성화하면 시 외곽 산업단지 위주로 이뤄졌던 기업의 투자가 도심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부산에서도 부촌에 속하는 해운대구 센텀시티 일대와 수영구 부지가 검토 대상에 올라 있어 IT 기반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는 보조금을 기존보다 30% 늘리고, 지식서비스산업의 고용 보조를 두 배로 확대하는 등의 대책도 담겼다.

이번 조치는 박 시장의 투자 유치 활동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는 와중에 취해져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박 시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부산의 기업 투자유치액은 총 2조1685억원 규모로, 전년(2815억원) 대비 770% 불어났다.

고용 규모도 같은 기간 1991명에서 8362명으로 급증했다. 외국기업 대상 유치 실적은 2건에서 7건으로 늘었다. 쿠팡, BGF리테일, LX인터내셔널 등의 대기업이 박 시장 취임 후 투자를 확정했다.

박 시장은 “대기업을 직접 방문해 지역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도심을 선호하는 첨단 기업 유치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은 기존 전통 대기업들보다 첨단 IT 기업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춰 8개 추진 전략과 22개 세부과제를 담은 ‘디지털경제 혁신 전략 2030’을 지난달 내놓기도 했다.

부산시가 이처럼 기업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은 동남권 경제의 위상 추락과 맞물려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부산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제1차 지역경제포럼’에서는 동남권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2010년 전국 4위에서 2020년 6위로 떨어졌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전국 최하위권이다.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2010년 16.4%에서 2020년 14.1%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역 연구기관 등에서는 2024년이 되면 부산의 실질 GRDP가 송도가 있는 인천에 추월당해 ‘한국 제2도시’라는 위상을 빼앗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