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청소 업체 대표 "고독사 90%가 40∼50대…일자리·사회안전망 부족"
10여 개였던 특수청소 업체 40∼50개로 크게 늘어…고독사 증가 이면
고독사 현장, 그 이후…"코로나후 굶어 숨진 분들도 있어"
이달 3일 서울 강동구의 한 원룸형 오피스텔에서 50대 남성 박모씨가 홀로 살다 숨졌다.

주 3회 혈액 투석을 받을 정도의 만성 신장 질환으로 고통받던 망인은 이혼한 지 오래였고, 뚜렷한 직업도 없었다.

이달 23일 서대문구 현저동의 한 주택 2층 단칸방에서는 세입자의 인기척이 없다는 집주인의 119 신고 끝에 50대 남성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그 역시 별다른 연고가 없는 상태에서 외롭게 죽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40∼50대 중년 남성이 고독사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 인구로 분류돼 사실상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없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고독사 현장, 강력범죄 현장 등의 시신을 옮기는 등 특수 청소를 해온 김새별 바이오해저드 대표는 2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지난해의 경우 청소한 고독사 현장 중 체감상 90% 가까이가 40∼50대 중장년층 남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 중 대다수가 이혼 뒤 혼자 살면서 경제적으로 어렵고, 일감이 없어도 공공근로 등 사회적 안전망의 제도권 밖에 있는 이들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한 채 발견된 3천159명 중 40∼50대 중년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754명으로 25%에 달했다.

같은 연령대 여성 107명에 대비해 7배 많은 숫자였다.

고독사 현장, 그 이후…"코로나후 굶어 숨진 분들도 있어"
김 대표는 "이전에는 그런 사례가 없었는데 최근에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돌아가신 사례도 더러 있다"며 "그런 현장의 집안에선 쌀 한 톨, 10원짜리 동전 하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장에 가면 여러 가지가 보이는데, 사망 뒤 남는 자국을 보면 굶어 돌아가신 분들은 대부분 얌전히 침대나 바닥에 누워 돌아가신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 이후 자잿값이 오르고 건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건설일로 생계를 잇던 이들이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굶어 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중년 남성의 고독사 현장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으로 어지럽혀진 집안, 고인들의 직업, 술병 등을 꼽기도 했다.

그는 "일반적인 공통점으로 현장에서 술병이 많이 나오고, 주거가 월세방이나 반지하였고,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경우가 드물었다"며 "또 삶의 질서나 목표가 무너져있는 것처럼 집안이 쓰레기가 나뒹굴며 엉망진창이고, 안전모, 장갑, 작업복 같은 건설노동자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물건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중장년층 남성의 고독사가 늘었음을 체감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존에 10여개 정도던 특수청소업체가 지금은 40∼50개로 늘었다"며 "일이 많아졌다는 얘긴데, 개인적으로도 일감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20% 정도 늘었다고 체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2천656명이던 고독사 사망자 숫자는 지난해 3천159명으로 약 20% 증가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건설일이 많이 준데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인건비 경쟁에서 밀리다보니 건설 일용직으로 생계를 잇던 40∼50대 남성 건설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다"며 "그런데 그 나이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고, 젊고 건강하다 싶으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못 되니 고독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에는 자영업자 자살 현장도 많아졌다"며 "시스템 차원에서 외부와 단절된 이들을 찾아내고,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사람들의 관심도 예산도 없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