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조상연 씨(28)는 성균관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13학번 ‘문과생’이다. 대학 재학 중 프로그래밍 동아리에 적극 참여하고,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면서 개발 실력을 키웠다.

"네카라쿠배 가자"…코딩 배우는 문과생들
“전공을 살려 취업할지, 개발 쪽에서 기회를 찾아볼지 고민하다가 정보기술(IT)업계에서만 수백 명의 개발자를 뽑는 것을 보고 이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게 그의 얘기다. 조씨는 “최근엔 코딩 부트캠프(소프트웨어 개발 교육기관)나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문과생이 개발직군으로 많이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학가에서 문과 전공생의 코딩 배우기 추세가 확산한 게 하루이틀 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은 붐이라고 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전통적으로 문과생이 강세를 보였던 금융·유통·광고업종 내 기업들조차 IT 역량을 갖춘 인력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온라인 성인교육 스타트업 데이원컴퍼니가 운영하는 ‘무조건 간다!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 과정’의 지난해 하반기 2기 수강생 20명 중 5명은 문과 출신이었다. 이 과정은 1기 수강생(10명) 대부분이 네이버·카카오 등 유수의 IT 기업으로 취업해 이후 이곳에 들어가려는 각 대학생·졸업생 간 경쟁이 치열했다. “현재 진행 중인 3기 모집 때도 문과생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문과생이 코딩에 매진하는 것은 문과생에게 더 혹독해진 취업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고(高)연봉 개발자 구인 공고는 줄을 잇는 반면 문과생의 주요 ‘취업통로’였던 대기업의 공개채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5대 그룹 가운데 삼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채를 폐지했다. 문과 취업의 ‘꽃’으로 여겨지던 은행도 디지털 전환에 맞춰 IT 인력 채용에 집중하고 있다.

통계청의 ‘전공계열별 경제활동인구’ 자료에 따르면 12개 주요 전공 분야 가운데 지난해 상반기 취업자 수가 2019년 상반기보다 줄어든 분야는 인문학, 사회과학·언론·정보학, 경영·행정·법학 3개였다. 지난해 상반기 인문학 전공 취업자는 2년 전보다 2.4%(2만7700명) 감소했다. 사회과학·언론·정보학은 1.6%(8600명), 경영·행정·법학은 0.1%(1600명) 줄어들었다.

대학들도 이런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유학 전공생을 포함해 모든 입학생이 졸업하려면 코딩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21학번부터 컴퓨팅사고와 소프트웨어(SW) 코딩, 문제해결과 알고리즘, 인공지능(AI) 기초와 활용, 데이터분석기초 등 SW·AI 관련 과목 4개를 꼭 수강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들이 새로 개설하는 전공도 이공계에 집중돼 있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은 AI 관련 학부·학과를 신설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배터리 등 계약학과(기업과 손잡고 교육과정 등을 공동으로 만들어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김남영/최세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