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공무원 형, KAL기 납북자 아들, 납북자가족모임 등 만나
킨타나 보고관 "역사에 남기겠다"…'기자회견서 언급' 약속
유엔 北인권보고관, 피격·납치 등 피해자 가족 연쇄 면담(종합)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임기 중 마지막이 될 방한에서 북한에 의해 피해를 본 이들의 가족을 잇달아 만났다.

오헤아 보고관은 17일 종로구 서울유엔인권사무소에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를 만나 탄원서를 받았다.

이씨는 면담 후 "북한, 한국 정부, 유가족이 주장했던 내용이 각각 다르다는 점에 대해 말하고 진실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며 "유엔 주관 진상조사를 요청하자 보고관은 국제사회에서 공조해 이 부분을 최대한 역사에 남기겠다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는 사람을 죽여놓고도 살인 사건에 너무나 안일하게, 한국 국민이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며 "반드시 각성해 책임자 처벌과 진실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에 사과를 요구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또 1969년 북한에 납치된 대한항공(KAL)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의 아들인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와도 면담했다.

황 대표는 "보고관에게 기자회견에서 KAL기 문제를 언급해줄 것과 한국 정부에 송환 및 석방을 얘기하라고 권고해줄 것을 부탁했다"며 "(현 정부에서) 정상회담 3번, 고위급 회담 40여 차례가 있었는데 어디서도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짚어줬다"고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노력하겠다고 답하면서 이번 방한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황 대표와 동석한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황인철 선생님 어머니(납북자의 아내)가 지난해 돌아가시면서 너무나 비탄한 상황인데 정부가 무관심했다"며 "이산가족은 그렇게 챙기고 홍보하는데 이 사건에는 관심을 안 준다고 보고관에게 어필했다"고 설명했다.

유엔 北인권보고관, 피격·납치 등 피해자 가족 연쇄 면담(종합)
다른 납북자 가족들도 킨타나 보고관을 찾았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이날 보고관을 만나 전달한 서한에서 6·25전쟁 중 북한이 납치한 남한 민간인들을 언급하며 "실종된 가족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해 고통받는 대략 10만 가족이 남한에 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문재인 정부에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 사안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진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 과정은 전시 납치 문제를 다루지 않고서는 달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킨타나 보고관에게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에 이 사안의 문제제기를 해주기를 바란다"며 "납치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소원에 따라 행동해달라"고 호소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도 이날 킨타나 보고관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그간 수집한 평양 거주 납북자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오늘 설명한 자료는 모두 북한(에서 만든) 자료"라며 "킨타나 보고관이 중요한 자료라고 인정하면서 '이 자료를 토대로 납북된 가족들의 생사 확인을 북한에 요청해도 되겠느냐'고 내게 물었다"고 전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오는 18일 국회의원들과 북한 인권 회의를 하고 19일 접경지대 방문, 국군포로 면담 등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오는 23일까지 머무르면서 내달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수집한다.

지난 2016년 8월 임기를 시작한 킨타나 보고관은 오는 8월 6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이 일곱 번째 방한이다.

유엔 北인권보고관, 피격·납치 등 피해자 가족 연쇄 면담(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