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수소차 부품산업 육성 기술협력위원회 회의 장면.  /한국자동차부품소재산업기술연구조합 제공
최근 열린 수소차 부품산업 육성 기술협력위원회 회의 장면. /한국자동차부품소재산업기술연구조합 제공
지금 부산 제조업계는 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사업 다각화가 한창이다. 고온·고압을 견디는 기술력을 보유한 지역 조선기자재 업계가 수소차 관련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한동안 전기차 사업 분야로의 진입을 망설였던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부품업체도 수소차 기술 개발에 뛰어들면서 지역 수소산업 생태계가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기자재 업계의 변신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가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는 ‘수소전기차 부품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참여 중인 조선기자재 업체는 전체 발굴 기업의 30% 수준에 이른다. 시는 지난 2년 동안 총 79개 관련 기업을 발굴했다. 2020년 사업에서 시는 21건의 사업을 지원해 총 37억76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사업 성과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이 사업은 시가 4년 동안 20억원을 투입해 참여 기업들의 수소차 사업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시제품 제작, 시험인증, 장비 활용 등을 지원한다.

동화엔텍은 수소 충전을 위한 냉각기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철강 기반의 연료 저장 탱크 기술을 보유한 엔케이는 탄소섬유를 포함한 고압 저장 탱크로의 기술 전환을 꾀한다. 선보공업은 자체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면서 협업 관계를 유지 중인 수전해 기술 보유 기업 엘켐텍과 함께 이 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을 수행 중인 전은갑 한국자동차부품소재산업기술연구조합 기술협력실장은 “수소차 기술 개발에 조선기자재 업계의 참여가 활발한 이유는 수소 공급과 저장, 충전 등 전방위에 걸쳐 기술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우선 수소연료전지 소형화 기술 개발부터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탄소 포집 기술 등을 개발한 파나시아도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망설이던 부품업계, 수소차로

센서 기술에 특화한 화영은 시 지원에 힘입어 T-PRD(수소용기 온도감응형 안전밸브)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수소 용기가 일정 압력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밸브가 열려 기체를 배출하는 것으로, 국산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200억원 수준의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전은갑 실장은 “그동안 엔진(내연기관) 중심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가 수소차 부문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 중”이라며 “수소차 분야가 기존 사업과의 접점이 더 많고,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기술개발 활성화가 2차 협력사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승코퍼레이션은 자체적으로 166억원을 투자해 수소연료전지용 배기 라인 모듈 등의 생산을 확대한다. 배관과 호스 등 해외에서 전량 수입 중인 제품을 국산화할 계획이다. 곽기호 부경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소차에 관한 전망은 아직 예측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고온·고압 관련 기술을 매개로 기존의 조선기자재와 기계업종이 재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소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