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실명은 언급하지 않고, 인터넷상 아이디를 지칭하며 조롱한 행위는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온라인 공간의 아이디와 현실 세계의 사람을 서로 연결할 고리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춘천지방법원 형사1단독(판사 장태영)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3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유튜브에서 게임 채널을 운영하는 A씨는 실시간 개인방송을 통해 B씨를 조롱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2020년 6월 방송에서 “B씨는 자신이 멘사 회원이며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며 “멘사의 회원번호는 알파벳으로 시작하는데도 B씨는 숫자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또 “(B씨는) 한국말을 제대로 못 한다. 채팅의 80%가 맞춤법에 맞지 않아 교정을 도와주고 있다”는 등의 언급을 해 B씨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같은 해 5월 “정신 이상자”라고 발언한 혐의도 더해졌다.

A씨는 이 사건으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것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사람을 특정하지 않고 인터넷상 아이디만을 언급해 방송했으므로 혐의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최근 현실 세계의 사람과 가상 캐릭터 간 관계가 더 밀접해지고 양자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면서도 “현행 법체계상 단지 아이디 등이 언급되고 현실 세계에서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대상자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