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녹음을 하는 사람 중 다수는 이 내용을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하는 것을 염두에 둔다. 하지만 작은 차이로 증거로 인정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이뤄진 타인 간의 사적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제3자가 몰래 녹음한 내용은 법적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직장동료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고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이 동료와 다른 사람들 간 대화를 녹음했다가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그렇지만 본인이 대화 참여자라면 상대방 의사를 묻지 않고 몰래 녹음해도 불법이 아니다. 이를 법적 증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고 해서 무조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당한 목적이 있을 경우 이를 적법한 증거로 인정한 판례가 있다.

교사의 아동학대를 의심하던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두고 교사의 아동학대 정황을 잡아낸 사건에서 법원은 학부모의 녹음을 불법 녹취로 보지 않았다. 아이에게 학대에 대한 방어 능력이 없고 피해를 표현할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녹음을 하지 않고는 범죄 행위를 밝힐 수단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녹음 파일 자체는 법원 경찰 등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할 수 없다. 반드시 속기사, 행정사 등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맡겨 문서로 옮겨야 한다. 몰래 녹음하는 행위가 형사법상 적법 증거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민법상 책임은 피해갈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배포되지 않을 음성권을 지닌다.

상대방의 녹취 사실을 몰랐으면 음성권 침해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녹취록을 제3자에게 제공했다면 사안에 따라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협박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