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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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첫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지면서 예상대로 교차지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점수가 높은 이과생이 ‘대학 간판’을 바꾸기 위해 상위권 인문계열 학과에 교차지원해 합격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9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능 점수가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지원 가능권인 자연계열 학생이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하고, 동국대 자연계열 지원 가능권 학생이 고려대 인문계열에 합격하는 등 수십명의 실제 합격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숭실대 자연계열 합격권이 연세대 경제학부, 경기대 자연계열 합격권이 경희대 무역학과, 가톨릭대 자연계열 합격권이 서울시립대 경영학부에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고려대, 연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2명 중 1명이 자연계열 수험생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진학사가 정시 합격 예측 및 점수공개 서비스 이용자 데이터를 기준으로 교차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2학년도 고려대·연세대 정시모집에서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중 과학탐구 응시자(이과생)가 45.90%로 나타났다.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고려대, 연세대의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한 이과생은 0.44%에 불과했다.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중 27.04%도 과학탐구에 응시한 이과생이었다.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는 서울대 인문계열 학과에 교차지원한 이과생이 한 명도 없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그동안 자연계열 수험생이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한 경우가 극히 드물었던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이과생의 교차지원이 크게 늘어난 것은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으로 바뀐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시모집은 대부분 수능성적 100%로 뽑는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으로 문과생과 이과생이 같은 수학 문제를 풀고 점수도 같이 산출한다. 이과생이 수학에서 문과생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점수를 얻게 되면서 인문계열 학과에 교차지원한 이과생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 학생들의 합격선 예측이 어려워지고 합격 점수 등락 폭이 커질 수 있다”며 “통합 수능 2년차에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