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과 관련한 자사고와의 법정 싸움을 멈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그동안 소송에서 ‘완패’한 데다 6월 교육감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적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자사고들이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소송 중 경희고와 한대부고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다음달 3일 선고될 예정이다. 서울교육청은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 8개교 중 7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와 소송을 하고 있다. 숭문고는 1심 선고 후 자진해서 일반고 전환을 결정해 항소심에서 제외됐다. 교육당국과 자사고의 법정 다툼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경기·부산교육청은 2019년 “자사고들의 운영 성과를 평가한 결과 총 10개 학교가 기준점수에 미달했다”며 자사고 지정을 일괄 취소했다. 하지만 사법부는 “각 교육청이 자사고 취소 기준점수를 일방적으로 올린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행정 조치”라며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를 시작으로 자사고 측 손을 들어줬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서울 시내 8개 학교와의 1심 소송에서 모두 지고도 재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러나 해운대고가 지난달 2심에서도 승소하자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서울교육청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7곳의 자사고 측과 만나 소송 취하와 이후 발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혈세 낭비’를 계속한다는 비판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자사고 소송 1·2심에 총 1억9500만원의 소송비용을 지출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자사고 소송을 취하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항소심 재판부 판단을 구해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이번주 안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이 취하를 결정하면 경기교육청-안산동산고, 부산교육청-해운대고 간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항소심 결과와 무관하게 교육부가 2019년 자사고의 존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기 때문에 2025년 전국 자사고는 일반고로 일괄 전환될 예정이다.

김남영/오현아/최세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