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응시인원 2배 증가…합격률은 '뚝'
대선 앞두고 '사시 부활론'도
전문가들 "사시는 더 큰 사회적 비용 낳을 뿐"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가 지난해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변호사 시험 자격시험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신경훈 기자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가 지난해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변호사 시험 자격시험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신경훈 기자

경북대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이 모씨(26)는 지난달부터 서울 신림동에서 자취하며 변호사 시험 학원에 다니고 있다. 매달 100만원이 넘는 학원비와 70만원의 방세를 내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는 “변호사시험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학원을 다니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고시 낭인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이 “또 다른 비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 시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합격을 장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변호사 응시인원 2배 증가
21일 법조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2012년 실시된 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7.1%였다. 하지만 지난해 10회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은 54.1%에 그쳤다.

불합격자가 누적되면서 응시인원이 증가한 것이 합격률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변호사시험 응시인원은 1회 1665명에서 10회 3156명으로 10년 간 89.5% 증가했다.
반면 합격인원은 같은 기간 1451명에서 1706명으로 17.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변호사 단체들이 “변호사 시장의 포화를 막아야 한다”며 합격인원 통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3월 “변호사 시험 합격인원을 1200명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변호사 시험 합격문이 좁아지면서 자격 취득을 위한 비용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로스쿨생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학비 외에 사교육비까지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다.

로스쿨생들은 변호사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헌법, 민법, 형법, 행정법, 민사소송법, 상법, 형사소송법 등 과목들의 기본 혹은 파이널 강의를 최소 한번씩 수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 신림동의 한 유명 학원에서 두달 동안 기본 3법(민법, 형법, 헌법) 기본 강의를 수강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약 200만원이다. 부산대 로스쿨 재학생 임 모씨(27)는 “기본, 심화, 파이널로 이어지는 한 강사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데만 수백만원이 들었다”며 “ 대부분의 학원이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에 자취비용도 따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메가로이어스 학원 관계자는 “겨울방학을 맞아 수강신청자가 늘어났다”며 “유명 강사의 강의 정원을 기존 130명에서 150명으로 늘렸지만 수강생이 몰려 영상반 강의까지 따로 개설했다”고 말했다.
○대선 앞두고 ‘사시 부활론’
로스쿨 학비 자체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로스쿨 평균 학비는 대학 평균 등록금(약 672만원)의 2배를 넘는 1400만원에 달했다. 고려대 로스쿨 등록금은 1950만원, 연세대 로스쿨 등록금은 1945만원이었다.

장학제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로스쿨은 등록금 수입의 30% 이상을 장학금으로 편성하는데, 그 중 70% 이상을 경제적 사정을 고려한 장학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서울 로스쿨에 다니는 한 재학생은 “저소득층으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며 “성적이 우수해도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학비가 비싼 로스쿨에 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도 기회를 줘야 한다”며 ‘사법시험 부활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사시 부활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로스쿨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명순구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사시가 부활하면 사교육 부담이 늘어나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며 “합격률을 높여 변호사 시험을 선발시험에서 자격시험으로 바꾸는 등 기존 로스쿨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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