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소송' 변호사·브로커 실형
원주민에 합의금 등 알리지 않고
성공보수 7억 중 절반 빼가기도
평택 고덕신도시 '딱지 소송' 부추겨 수억 뜯어낸 변호사

2기 신도시 이주자택지 분양권(딱지) 매수인에게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 170여 건의 ‘기획소송’을 벌인 변호사와 부동산 브로커 등 일당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본지 2020년 7월 14일자 A1, 2면 참조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세용)는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변호사 A씨에게 징역 2년을 최근 선고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브로커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4개월과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브로커 D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이들은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 내 딱지를 매수한 사람에게 계약무효 소송을 제기한 뒤 소송 취하 명목으로 합의금 등을 받아 나눠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8~2020년 170여 건의 계약무효 소송을 원주민으로부터 위임받아 진행했다.

이 중 135건은 함께 기소된 브로커 5명을 통해 수임했다. 이들에게 알선비로 1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브로커가 원주민 명단을 변호사에게 넘기면 “합의금을 받아 주겠다”며 원주민을 설득해 대리 소송하는 식이다.

A씨는 승소 대가로 토지 처분액의 25% 또는 피고소인에게 받은 합의금 절반을 요구했다. 그는 원주민에게 합의금 액수 등을 알리지 않고 성공 보수로 받은 7억원 중 절반을 가져가기도 했다.

재판부는 특경법상 배임 혐의도 유죄로 봤다. A씨는 2018년 원주민 조합의 자문 변호사로 일하던 중 원주민이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자 전 아내인 E씨를 투자자인 것처럼 꾸며 조합을 상대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 변호사로 개업한 A씨는 2017년 대법원 판결을 보고 기획소송을 벌였다. 원주민은 관행상 계약금을 낸 뒤 딱지를 한 차례 팔 권한을 갖는다.

계약금을 내기 전 딱지를 전매하면 불법이지만, 사법부는 관행적으로 이 같은 전매를 인정해왔다. 그러다가 2017년 10월 대법원이 “계약금이 오가기 전 전매 등이 이뤄졌으면 해당 계약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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