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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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진 KBS 2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의 방영 중지와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3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대권 주자들과 문화계 인사들도 동물 학대에 관한 우려를 내비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0일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23일 현재 약 13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 A 씨는 글에서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 제1호에서는 도구를 이용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있다"면서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발생한 말 학대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종 이방원 제작진과 KBS는 낙마 장면 촬영 현장에서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쓰러트리는 영상이 공개된 뒤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KBS는 22일과 23일 방송할 예정이던 드라마 13, 14회에 이어 오는 29일과 30일 방송도 결방한다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러한 조치에도 태종 이방원으로 인해 불거진 동물학대 논란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대권 주자들과 문화계 인사들도 이번 논란에 관한 우려를 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약 말 다리에 줄을 묶어 강제로 넘어뜨리는 등의 과도한 관행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개선하고 선진화된 촬영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다. 사람과 동물 모두가 안전한 제작 환경을 만드는 것에 공영방송이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말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며"라며 "동물은 소품이 아닌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태종 이방원' 말 사망 논란 방송 장면. / 사진=KBS 캡처
'태종 이방원' 말 사망 논란 방송 장면. / 사진=KBS 캡처
성악가 조수미는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며 그 사람의 인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알 수 있다'라고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면서 "살면서 내가 경험했던 그대로를 반영한 명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배우 유연석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낙마 촬영 현장 사진을 게시하고 "더는 돈과 시간에 쫓겨 동물들이 희생당하는 촬영현장은 없어야 한다"며 "액션 배우의 안전 또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KBS 측은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이다. 말의 안전은 기본이고 말에 탄 배우의 안전과 이를 촬영하는 스태프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