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의전 놓고 이견"…美, 10일 회담 제안했으나 中 응하지 않아"
홍콩언론 "설리번-양제츠 재회담 추진 중"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재회담이 추진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재회담이 성사되면 새해 들어 미중 고위급 간 첫 대면 접촉이 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뤄진 설리번-양제츠 회담은 연내 미중 화상 정상회담 합의 발표로 이어졌다.

그러나 양측이 핵심 국가안보 문제와 관련한 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제와 의전 문제를 놓고 심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미국 측은 취리히 회담 후 두 인사가 이달 10일께 로마에서 재회담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이후 미국 정부가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고 미국 의원들이 유엔에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인권 탄압과 관련한 보고서 발간을 요구하면서 중국 측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한 회담에 누가 참여할 것인지, 어떤 의제까지 논의할 것인지를 놓고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소식통은 "미국 측은 국가안보와 전략적 안정에 관해 논의하길 원해왔지만, 중국 측은 무엇이 국가안보와 전략적 안정에 관한 의제인지를 두고 미국 측과 의견이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은 또한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쉬치량(許其亮) 부주석과 웨이펑허(魏鳳和) 국방부장(장관), 혹은 인민해방군 실무급 대표 등 군 인사들도 이번 회담에 함께 하길 원하고 있지만 중국 측은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은 현재 양국 관계가 매우 미묘한 시점에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SCMP는 "미국은 중국의 핵무기 증강에 대해 압박하려는 반면, 중국은 미국이 먼저 방대한 무기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달 초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개국 정상들이 핵전쟁 방지와 군비 경쟁 금지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서 핵무기를 감축하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에 있는 중국미국연구소의 소우랍 굽타 선임연구원은 중국 측이 양제츠-제이크 설리번 회담에 주저하는 데는 미국의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을 포함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에 서명한 것도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현재 우크라이나를 놓고 러시아와도 대립하고 있어 해당 사안에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굽타 연구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면 미국 정부는 중국이 그 문제에 거리를 두길 원하고 이상적으로는 그와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과 동맹들이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인권 최고대표)에게 베이징올림픽 개막 전 신장 인권탄압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SCMP에 전했다.

바첼레트 고등판무관은 중국 정부를 향해 신장 지역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을 허용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