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광주 철거현장 사고 청문 내달에나 열려
하도급社 처분·재판결과 기다리다 평균 20개월 소요
서울시, 중대재해 처분기간 6개월로 단축키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 현장.(사진=연합뉴스)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 현장.(사진=연합뉴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건설현장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이 평균 2년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클수록 귀책사유에 대한 공방이 커지면서, 행정당국이 사법기관의 수사나 재판결과를 확인한 이후에나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어서다. 이 같은 '늑장 제재'는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사망자 발생 등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건설사 행정처분 기간은 국토부 등 관계부처의 처분요청일로부터 20개월 이상 소요된다. 부처의 처분요청이 통상 사고발생이후 3~6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고부터 행정처분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 버스승객 9명이 사망했던 광주 학동 철거붕괴 참사는 이르면 올 상반기 중에나 행정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2월 인부 3명의 목숨을 앗아간 평택 물류창고 사고는 1년이 지난 지금도 해당 사업자의 청문 단계를 밟고 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사업자에 대한 조사권한은 국토부에 있고, 행정처분 권한은 등록 관청인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돼 있다. 지자체는 서류제출 요구 등 임의 조사만 할 수 있어 사업자가 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종합건설사의 경우 광역시·도가, 소규모 전문건설사의 경우 기초단체가 행정처분을 한다. 광주 학동 철거붕괴 참사는 서울시가 원청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영등포구가 하도급업체인 한솔기업을 각각 제재하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등포구의 한솔기업 처분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데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시에는 조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사업자간 이견이 첨예한 상황에선 수사 결과 등을 확인한 뒤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20년 평택 물류창고 사고 사업자의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과실 유무를 판단할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1심 판결 이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울시는 앞으로 절차를 개선해 관련부처로부터 처분요청이 들어온 이후 6개월 이내 신속하게 행정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건설업행정처분심의회의를 신설키로 했다. 현행법상 조사권과 처분권을 일원화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행정제재가 늦어지는 사이 건설현장의 안전 예방 조치가 느슨해지고 참사는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철거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7개월만에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를 냈다. 2020년 구조물 붕괴로 인부가 사망한 평택 물류창고에선 지난 6일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3명이 또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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