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재취업…냉정하게 말하면 '여기'로 가야"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지난해 9월 벼룩시장이 40세 이상 중장년층 11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2명 중 1명은 퇴직 후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취업 한 근로자들이 재취업에 성공하기까지 입사 지원한 횟수는 평균 7.5회, 소요된 기간은 평균 13.8개월이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가 재취업 성공까지 걸린 기간은 12개월, 입사 지원한 횟수는 8.1회로 조사됐다. 50대는 13.6개월에 7.3회, 60대 이상은 19.1개월에 6.4회로 나타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재취업에 걸리는 기간은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 근로자의 새로운 도전은 녹록지 않다는게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장년 근로자가 재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장년 근로자를 채용해 본' '업역이 오래된' '제조업체'를 찾는 게 낫다는 현실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혁신지향적'인 IT나 신산업을 기반으로 한 기업에서 새로 시작하기 보다는 직원 간 '관계지향적'이고 업력이 오래된 기업을 찾는 게 현실적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와 눈길을 끈다.

홍성표 카톨릭대 교육대학원 조교수와 연구진은 지난 10월 한국노동연구원 발간 노동정책연구에 '중장년 근로자에 대한 기업체의 채용장벽 인식과 채용의도의 관계에서 조직문화의 조절효과'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서울시 소재 기업체 인사담당자와 대표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먼저 중장년 채용의도는 과거 중장년 채용 경험이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 사이에서 큰 차이가 났다. 채용 의도를 5점 척도로 분석한 결과 중장년 직원 채용 경험이 있는 기업은 중장년 근로자 채용의도가 3.44에 달해, 그렇지 않은 기업(2.75)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중장년 직원을 직접 겪어본 기업은 막연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실제 중장년 근로자 채용을 경험한 기업은 추가적으로 이들을 채용하는 데 심리적 장벽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도 차이가 컸다. 제조업 기업의 경우 3.38점의 채용의도를 보였지만 비제조업은 2.38점을 기록했다.

조직 문화 별로 본 결과도 흥미로웠다. '혁신지향' 문화와 '관계지향' 문화는 중장년 채용의도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지향' 문화는 구성원에게 신속한 적응과 유연성, 개인의 성장과 창의성을 요구한다. '관계지향' 문화는 조직의 가치를 사람, 인적자원에 두고 구성원의 소속감, 배려 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사담당자들의 응답에 따르면 기업이 혁신 문화를 가지고 있을수록 중장년 직원 채용의도는 줄어들었다. 반대로 관계 지향적 문화를 가진 기업은 중장년 직원 채용의도가 높았다. 연구진은 "관계지향적 문화의 경우 조직구성원 간 신뢰와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중장년 재취업 근로자에 대한 수용력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며 "반면 혁신지향적 문화에서는 중장년 근로자가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력 부족, 청년층과의 소통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나타낸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종 특성별로 구분해 보면 비제조업이고 업력이 적을수록 '혁신문화'의 수준이 높았다. 반대로 업력이 긴 제조업체들이 '관계문화'를 가진 비중이 높았다.

한편 관리통제를 중요시하는 계층적인 분위기의 '위계문화'나 성과나 업적을 중요시 하는 '성과 문화'는 중장년 채용 의도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하면 중장년 근로자가 높은 확률로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에 '업력이 길고' '과거 중장년직원 재채용경험이 있는' 기업체를 향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소프트웨어 등의 첨단산업 기업일수록 중장년에게 적합한 직무가 부족하고 빠른 기술변화 속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며 "지식산업의 경우 장기근속 보다 40세 이상이 되면 독립적으로 창업을 하는 업계 문화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혁신문화 수준이 중장년 채용의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조직문화, 업종을 고려한 차별화된 중장년 재취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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