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다제약 '글로벌 톱10' 오른 비결…유연한 조직문화와 우수인재 영입"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한국), 마리나베이 파이낸셜센터(싱가포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근처의 그로스브너플레이스 빌딩(호주)….

각국의 랜드마크에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제약의 각국 지사가 자리해 있다는 것. 문희석 한국다케다제약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다른 회사에서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게 다케다제약의 기업철학”이라며 “직원들이 근무 환경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사무실을 선정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다케다제약은 아시아 제약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 톱 10(2019년 기준 10위, 매출 34조원)’에 든 회사다. 24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약업계에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 티어’에 든 것이다.

문 대표는 이 같은 다케다제약의 성공 비결을 ‘유연한 조직문화를 통한 우수한 인재 영입’에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엄격하고 철저한 관리로 성과를 냈다면, 이제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성과로 이어지는 시대”라며 “직원들이 일하기 편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회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흔히 생각하는 일본 회사의 보수적인 이미지도 다케다제약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다케다제약은 최근 주임·대리·과장·부장 등 복잡한 직급체계를 없애고 직원·매니저·디렉터로 단순화했다. 스타트업처럼 서로를 직급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하는 시간과 장소도 자유롭다. 2020년 도입한 ‘스마트워크’ 제도가 대표적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되, 나머지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할 수 있다. 지난해엔 1주일에 최대 이틀까지 원하는 날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워킹’을 도입했다.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이런 유연한 근무방식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케다제약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2015년 GSK 출신의 크리스토프 웨버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일본 회사지만 ‘세계화’라는 계획에 속도를 내기 위해 사내 공용어를 영어로 지정했다. 각국 문화에 맞게 유연한 근무제도를 마련하라는 것도 웨버 CEO의 지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문 대표는 “근무 환경을 유연하게 바꾼 이후 한국이 아시아 지사 중 가장 성과가 좋게 나오고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거리낌 없이 낼 수 있고, 성과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해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고 했다.

사업 측면에선 ‘선택과 집중’ 전략이 빛을 봤다. 다케다제약은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샤이어를 67조원을 들여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 쌓인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020년엔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만성질환(당뇨·고혈압) 치료제와 일반의약품 상당수를 매각했다. 감기약 ‘화이투벤’,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 등 대표 제품도 이때 과감하게 팔아넘겼다.

문 대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샤이어를 인수한 직후 글로벌 매출이 50% 넘게 증가했다”며 “항암제와 희귀질환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시장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케다제약은 2024년까지 CAR-NK 치료제를 포함한 신약 10여 개를 내놓고, 2030년까지 세포·유전자 치료제와 면역관문 억제제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34조원 수준인 글로벌 매출을 2030년까지 5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