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양진호 지시로 하드 반출해 해고된 직원 1심서 구제
직원 갑질·폭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반출했다가 회사로부터 해고된 직원이 법원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A 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직원 폭행 혐의 등으로 작년 4월 징역 5년을 확정받은 양 회장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웹하드 업체의 운영사로, 2019년 12월 직원 B씨를 해고했다.

B씨가 양 회장 관련 언론보도가 빗발치던 2018년 8월 양 회장 자택·사무실 PC의 하드디스크를 당시 회사 대표이사에게 전달했는데, 이 하드디스크가 회사 자산에 해당해 이후 반납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대표이사는 자택 하드는 검찰에 제출했고, 집무실 하드는 B씨로부터 전달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B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를 신청해 인용 받았고, A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해당 컴퓨터에는 회사 경영과 관련한 대외비 자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진호 자택 컴퓨터가 회사 자산이라는 전제로 B씨를 해고했으나, 당시 양진호가 형식적으로 A사 소속이었는지도 불분명하고 컴퓨터가 회사 자산이라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사 직원에 불과한 B씨가 실질 경영자인 양진호의 지시도 없이 자택 하드를 교체·반출할 동기도 찾기 어려운데, A사는 막연히 양진호가 해당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뿐"이라며 B씨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양 회장 사무실의 하드디스크 역시 B씨가 반출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만약 반출했더라도 양 회장 지시에 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