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9개월 복역 후 가석방된 정욱씨 '대체역 편입신청' 인용
"3년 복무기간은 부담…용기 갖고 대체역 편입 신청하길"
형 집행 '개인신념' 병역거부자 대체역 편입…국내 첫사례
'양심적 병역거부'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대체복무로 편입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병무청이 그간 대체복무 심사 과정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것에 비교하면 매우 전향적인 판단으로 평가된다.

향후 개인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같은 결정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병무청 대체역심사위원회는 지난 7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정욱(31)씨가 낸 대체역 편입신청을 인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통지했다.

이는 신앙이나 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이들 중 대체역 편입이 결정된 첫 사례라고 병무청은 설명했다.

앞서 정씨는 군사훈련과 폭력을 거부하는 비폭력주의자로 징집에 응하지 않았다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2019년 5월 17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9개월여 복역한 뒤인 지난해 2월 28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형 집행 '개인신념' 병역거부자 대체역 편입…국내 첫사례
만 28세 이상으로 선순위 소집 대상인 정씨는 이번 병무청 결정으로 올해 상반기 내로 대체역 복무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실 인용이 안 될 줄 알았다"며 "좋기도 하지만, 복합적인 심경"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정씨는 "3년이란 시간을 대체복무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된다"면서도 "복무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개인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믿는다"며 "군사훈련, 집총 등은 모두 살인을 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병역거부를 향한 비판에는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 입장에서 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폭력은 더 많은 폭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배척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병역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개인의 양심과 신념, 입장에 대한 고려나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그저 범죄 구성요건만 맞춰 판단한다는 느낌이 들어 불쾌했다"고 돌이키기도 했다.

현재 시민단체 병역거부운동연대에서 대체역 복무 지원 독려 활동 중인 정씨는 "대체역복무위의 이번 결정으로 병역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더 용기를 갖고 대체역 편입신청 심사에 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제는 지난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한 것을 계기로 2020년 10월부터 시행됐다.

대체복무 편입 여부는 병무청 내 설치된 대체역심사위에서 종교적 신앙 사유, 개인적 신념 등의 이유를 따져 결정된다.

지난 3일 기준 전국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총 648명의 인원이 대체복무요원으로 소집돼 근무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