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지난 13일 실종자 신체 일부 찾은 구조견의 수색 모습 공개
"소백아 찾아!"…철근밭 헤집는 '구조견의 맨발 투혼'
"옳지, 옳지…. 소백아, 찾아!"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 들어선 중앙119구조본부 김성환 구조견 핸들러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현장은 붕괴사고로 39층 높이부터 16개 층에 걸친 건물 구조물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려 곳곳이 철근과 콘크리트, 건축 자재로 뒤덮여 있었다.

"와 여기는 (너무 위험해서) 개가…."
그 순간 무전으로는 "대원 안전을 확보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전파되고, 김 핸들러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뱉고 구조견 '소백'의 목줄을 풀었다.

"소백아 찾아!. 앞으로, 앞으로!"
핸들러는 날카로운 철근에 발이 찔리고, 서슬 퍼런 잔해에 몸이 베이며 주저하는 소백이가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르고 "잘한다", "앞으로"를 외치며 수색을 독려했다.

소백이가 꼬리를 흔들며 코를 땅에 처박고 냄새를 찾느라 저도 모르게 낭떠러지에 가까이 갈 때면 "소백이 돌아와"를 외치며 살폈다.

"소백아 찾아!"…철근밭 헤집는 '구조견의 맨발 투혼'
소백이는 9살 레트리버 수컷으로 구조견 경력이 벌써 7년 차여서 은퇴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50세 정도 되는 노령견이지만, 사람조차 쉽게 갈 수 없는 붕괴 사고 현장 곳곳을 누비는 소백은 지칠 줄 몰랐다.

계단으로 오르고, 잔해를 뛰어넘으며 수색견은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실종자의 흔적을 찾았다.

핸들러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건물 유리창을 쇠 파이프로 깨고 앞으로 나가며 소백이와 함께 매 순간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소방청은 지난 13일 핸들러의 몸에 장착된 카메라에 찍힌 소백이의 활약상 영상 여러 개를 공개했다.

소백이는 첫 실종자를 찾은 주인공이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지난 13일 다른 구조견 한결이와 함께 콘크리트 잔해에 깔린 실종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 실종자는 결국 전날 차가운 시신으로 수습됐다.

실종자 5명을 찾기 위해 갖가지 첨단 장비와 중장비가 동원되고 있지만, 구조견의 활약은 그 중 더욱 돋보인다.

소방청은 전국 구조견 34마리의 총동원령을 내렸고, 구조견의 부상 방지를 위해 하루 8마리씩 교대로 투입하고 있다.

오늘도 수색 현장에서는 구조견의 짖는 소리가 들리면, 듣는 이들은 놀란 마음에 고개를 돌리고 내려앉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소백아 찾아!"…철근밭 헤집는 '구조견의 맨발 투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