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대상 아닌 의사결정 참여 지원"…'정치중립·학습권 침해' 우려도
교육부, TF 구성·정책연구 발주 등 대응·현장 지원 계획
청소년 정치참여 확대에 "시민으로 성장할 기회 vs 시기상조"
지난해 말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고교 3학년인 만 18세의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출마가 가능해진 데 이어 11일에는 정당 가입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는 정당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청소년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권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청소년이 직접 사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시민으로 성장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환영받고 있지만, 학교 내 정치적 중립성 침해 가능성이나 교육·제도적 여건 미비로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한 제도 개선과 환경 조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정책연구를 발주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 선진국은 자율 결정…"청소년 규제보단 시민으로 성장 이끌어야"
정당정치가 발달한 상당수 국가에서는 이미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난해 2월 보고서 '청년 정치참여 현황과 개선과제'와 7월 보고서 '독일 주요 정당의 청년조직과 시사점'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각 정당이 가입 연령을 자율적으로 정한다.

독일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의 당원 가입 연령은 각각 16세 14세이며, 이들 정당은 수만 명 회원을 둔 청년조직을 운영하며 청년 정치인을 양성하고 정책을 한다.

영국 노동당은 14세 이상 청년 당원을 대상으로 한 청년노동당 조직을 통해 젊은 층의 관심사를 정책에 반영한다.

또한 영국, 호주,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다수가 하원의원 피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의식은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을 보호하고 규제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에 참여하는 시민으로 봐야 하며, 그런 시각이 실제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정치참여 실태를 연구해 온 모상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동은 보호와 복지가 중요하지만, 청소년은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시민적 권리를 계속 확장해 나가야 한다"며 "그런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행위가 투표권"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한국YMCA 팀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청소년정책연구원의 정책 토론회에서 "공공의 의사결정에 관심과 책임을 갖고 관여하는 적극적 시민으로의 성장이 궁극적 목적"이라며 "모두의 의견이 동등하고 귀하게 여겨지는 과정으로 청소년의 의견을 마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정치참여 확대에 "시민으로 성장할 기회 vs 시기상조"
◇ 교내 정치적 중립성 침해 우려…학습권 보장 제도 미비
그러나 청소년들이 온전하고 건강한 정치활동에 나설 만큼 국내 제도적 여건이나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내 정치 환경에 이념대립이 여전하고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쉽지 않은 데다, 출결 문제 해결 등 학습권을 보장할 장치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정당 간 이념 대립이 국론분열의 원인이 되는 후진적 정치가 미성년 학생들에게 파고들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에 가입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당 홍보, 가입 권유 활동 등을 할 경우 교실 정치장화와 학습권 침해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학생이 정치 활동을 위해 학교를 빠진다고 하면 학교는 어디까지 협조하는 게 중립인지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청소년 스스로 정치 참여와 관련해 '준비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0년 5∼8월 전국 중1∼고3 학생 3천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거권 연령을 만 17세로 낮추는 데 반대 의견이 34.6%, 찬성이 27.4%였다.

교육감 선거권 연령을 만 16세 이상으로 낮추는 문제에도 반대(36.6%)가 찬성(23.3%)을 앞섰다.

이 조사를 수행한 모상현 선임연구위원은 "찬성 학생들은 시민적 권리 측면을 강조하고, 반대 학생들은 민주시민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청소년들의 고유한 생각이 선거에 반영되기보다 외부에 휘둘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교육부, TF 구성·정책연구 발주
교육부는 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관련 정책·제도를 정비하고 교육 현장을 지원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한 청소년 참정권과 관련한 선진국 실태 파악 등을 위한 정책 연구를 발주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서별로 TF를 구성해 법 개정과 관련해 현장에 안내·지원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고 있다"며 "출결 등 학생 신분과 관련한 문제, 학생들의 참여를 위한 환경 조성 등 과제별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관리위원회, 시도교육청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준비가 부족하다는 교육 현장의 우려를 최소화하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