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차 베테랑, 예비신랑 막내아들, 특전사 출신 새내기 참변에 조문 이어져

"세상에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어!"
경기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6일 순직한 소방관 3명의 빈소가 마련된 평택 제일장례식장은 유가족들의 오열로 가득 찼다.

"솔선수범하던 모습 눈에 선한데" 순직 소방관들 빈소 눈물바다
순직 소방관 중 최선임인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3팀장 이형석(50) 소방위의 빈소에서는 "아이고 세상에 어쩌면 좋으냐"며 목놓아 우는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소방위는 1994년 7월 임용된 28년차 베테랑으로, 아내와 두 자녀를 둔 가장이다.

그는 이날 오전 큰 불길이 잡힌 뒤 후배들을 이끌고 인명 검색 작업에 나섰다가 다시 거세진 불길에 그만 화를 당하고 말았다.

이 소방위의 후배 소방관은 "이 선배는 후배들이 업무에 서툴러 실수를 해도 '그럴 수도 있다'며 이해하고, 후배들을 인자하게 지도했다"며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던 선배가 이런 일을 당하다니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다"고 울먹였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으로 알려진 박수동(31) 소방교의 가족들도 이 끔찍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눈물을 쏟아냈다.

"솔선수범하던 모습 눈에 선한데" 순직 소방관들 빈소 눈물바다
박 소방교의 아버지는 아들의 영정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미안하다.

꼭 천국에서…(만나자)"라며 "막둥아 미안하다.

아빠도 곧 따라갈게"라고 했다.

특수전사령부 출신인 임용 9개월 차의 팀 막내 조우찬(25) 소방사의 군 시절 동료들도 부고를 듣고 군복을 입은 채 그대로 달려와 눈시울을 붉혔다.

조 소방사의 군 선배는 "특전사 같은 팀에서 함께 근무한 아끼는 후배였다"며 "언제나 적극적이고 모범적인 친구였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들 세 사람의 안타까운 희생이 알려진 이날 오후 언론 보도를 접한 누리꾼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국가가 유족에게 최고의 예우와 보상을 해야 한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7시께 장례식장을 찾아 조의를 표한 뒤 취재진을 만나 "유족과 희생된 소방관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과 관련해 고칠 점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솔선수범하던 모습 눈에 선한데" 순직 소방관들 빈소 눈물바다
순직 소방관들에 대한 영결식은 오는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이번 화재는 5일 오후 11시 46분께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내 창고 건물 1층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이튿날인 이날 오전 큰 불길을 잡았으나, 사그라들었던 불씨가 갑자기 다시 확산하면서 오전 9시 21분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이 과정에서 이 소방위 등 3명이 화재 현장에 고립됐으며, 이날 낮 이들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