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5차례 체납…난방·수도 거의 안 쓰다 자취 감춰
이웃들 "평소 교류 없었다"…경찰, 대공 용의점 '없음' 결론
'철책 월북자' 월 1만원 건보료도 못 내…교류 없이 혼자 생활(종합2보)
탈북 1년여 만에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다시 월북한 30대 탈북민 A씨는 몇 달씩 임대료와 보험료를 내지 않는 등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생활고를 겪으며 교류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지난해 3월부터 거주했던 서울 노원구의 한 공동주택에 함께 살던 이웃은 3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여기서 8년을 살았지만 그 사람을 본 건 서너 번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정 전날(2021년 12월 31일) 오전 7시께 새벽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A씨가 새것 같은 포대기와 매트리스, 이불을 엘리베이터에 실어서 버리더라. 모두 너무 새것이라서 이상했다"며 "우리가 쓰면 안 되냐고 말을 해볼까 하다가 교류가 없던 사이라 말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처음 이사를 왔을 때도 책이며 수납장이며 짐이 한가득이었는데 며칠을 밖에 놔두고 가져가지 않다가 한참 뒤에 갖고 들어가더라"고 했다.

그는 평소 A씨와 인사를 하지 않고 지냈다면서 "먼저 눈인사라도 했으면 정식으로 인사하면서 한두 마디라도 주고받았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21년 마지막 날 그렇게 짐 정리를 한 뒤 새해 첫날 자취를 감췄다.

A씨 집 앞에는 전날에도 이삿짐을 내놓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분리수거장에도 A씨가 내놓은 이불류가 남아 있었지만 배출 서류를 붙여놓지 않아 '경비실로 연락 바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A씨의 다른 이웃들도 저마다 "말을 섞어본 적이 없고 집에서 흔한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 집에는 사람 오가는 것도 제대로 못 봤다", "기초수급자들이 받는 정부미도 한 2주간 그대로 놓여 있다가 사라지곤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모두 "이 단지에 워낙 탈북민이나 조선족이 많이 살지만, A씨가 다시 북한에 갔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입을 모았다.

'철책 월북자' 월 1만원 건보료도 못 내…교류 없이 혼자 생활(종합2보)
A씨는 임대료와 보험료를 몇 달째 내지 않았고 수도·가스도 거의 쓰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말께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임대주택인 이 공동주택으로 전입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지난해 4월 치 임대료 약 14만원을 8개월째 납부하지 않았다.

A씨는 연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1만원대의 최저보험료를 내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4월부터 모두 5차례 체납해 건보공단으로부터 독촉장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건보료를 6차례 내지 않으면 급여제한자로 분류돼 병·의원 이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집에서 수도와 가스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날씨가 비교적 따뜻했던 지난해 10월에는 수도를 사용하는 대신 난방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기온이 내려간 11월에는 난방하는 대신 수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음식을 조리하는 데 필요한 도시가스도 아예 사용하지 않아 2천원대 기본금액만 부과된 달이 많았으며, 음식물쓰레기도 거의 버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이곳에서 1인 가구로 거주하며 청소용역 일을 하는 등 어려운 형편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초생활급여와 기초주거급여로 월 50만원 이상을 수급 중이었고 자산은 1천만원 이상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담당했던 노원경찰서는 지난해 6월 두 차례 A씨에게서 월북 징후가 보인다고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 보고했지만, 상부에서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보강할 것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지난해부터 월북을 준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여행 등도 알아본 정황도 파악됐지만, 생계와 심리 등에 대한 추가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던 가운데 A씨는 결국 다시 철책을 넘었다.

경찰 등은 최근 진행한 정부 합동조사에서 A씨와 관련해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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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