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비자발적 프리랜서가 많아 프리랜서들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편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특히 비자발적 프리랜서는 고용안정이 확보되지 않는 한 정부가 고용보험 적용 확대 등 특고나 프리랜서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더라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종사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을 설정할 때 돌아봐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장종익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부교수는 지난 2일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발표한 '프리랜서의 직업적 만족도에 미치는 요인에 관한 실증분석과 정책적 합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장 교수는 2020년 경기도가 전문조사업체에 의뢰해 1170명의 프리랜서를 상대로 실시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먼저 프리랜서 직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의 직업적 만족도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조사 대상 프리랜서 중 52%만이 처음 진입 시 자발적으로 프리랜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의 능력으로 독립적이로 자유롭게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37.2%)나 '취미와 가정생활을 위해 일하고 싶은 시간 만큼만 일한다(11.8%)'라고 응답한 프리랜서들은 직업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반면 "전공 특성상 프리랜서 일자리가 대부분(28.3%)"이라거나 "직장 일자리가 없어서(8.3%)"라고 대답한 비자발적 프리랜서들은 만족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일처리 방식에서 별도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한다고 응답한 프리랜서(52.3%)도 그렇지 않은 프리랜서에 비해 만족도가 매우 유의미하게 높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고용보험, 산재보험, 노란우산공제 등에 가입한 프리랜서가 그렇지 않은 프리랜서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조사도 나왔지만 '자발적으로 프리랜서를 시작했다'던가 '일 처리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에 비하면 만족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결국 만족도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프리랜서 업무 입문 사유'와 '일에 대한 통제 가능성'이 주된 것이라는 결론이다.

이를 입증하는 다른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업종 별로 보면 정보통신(IT) 서비스와 교육, 컨설팅, 연구, 법률 서비스에 종사하는 프리랜서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개발자 등의 몸값이 올라가면서 외주 작업을 위해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또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외주 단가나 소득 수준이 높은 업종일 수록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과 일치하는 현상이다.

이런 구조적 차이가 국내 프리랜서들이 외국에 비해 만족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요인이란 분석도 나왔다.

프리랜서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프리랜서도 미국과 유럽은 70%에 이르렀지만, 경기도는 48%가 비자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중 스페인(42%)과 유사한 수준이다. 스페인도 실업률은 유럽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 교수는 또 미국 통계와 비교해보면 유럽이나 미국 프리랜서들은 프리랜서 업무를 보조 소득원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지만, 경기도 프리랜서들은 부분이나 보조 소득형 프리랜서가 1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생계의 상당부분을 전적으로 프리랜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장 교수는 "프리랜서는 자발적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자발적 선택의 비중이 낮다는 것은 직업만족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고, 프리랜서 직업을 유지하는 한 직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효능감을 높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리랜서 직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프리랜서와 비자발적으로 선택한 경우를 구분해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책적 효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고 재계약에 큰 고민이 없는 골프장 캐디나 택배기사 등이 상대적으로 4대보험 혜택보다 소득이 노출되는 것을 더 꺼려하는 분위기인 것도 이런 연구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