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지역주택조합(지주택) 관련 비리·횡령 사건이 또다시 잇따르고 있다. 지주택 방식을 통한 아파트 개발 사업의 입주 성공 확률이 전국적으로 20%대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상황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다 보니 지난해 7월부터는 사업 추진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법 시행령이 적용됐다. 그런데도 부작용이 멈추지 않아 일각에서는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수백억 횡령·거짓 정보…주택조합 끝없는 잡음

잇따른 소송…무주택자의 분노

지주택 방식은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소유한 1주택 소유자가 조합을 결성해 부지를 매입한 뒤 집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입주에 성공하는 확률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7월까지 최근 5년간 서울에서 조합을 설립한 지주택 사업지는 19곳이지만, 이 중 착공한 사업지는 두 군데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법적 분쟁도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주택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지역주택조합 조합장 B씨를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했다. 최근엔 일부 조합원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B씨 등에 대해 단체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계약 전 신용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피해자가 상당수 발생했다”며 “이외에도 조합원 탈퇴 소송 등 몇 건의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곳 이외에도 전국의 지주택 사업지에서는 “피해금을 되돌려 달라”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엔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원지)가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구로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 A씨(78)와 업무대행사 대표 B씨(58)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피고인들은 사업 대상 부지 확보율을 부풀려 설명하는 방식으로 조합원 477명으로부터 계약금 약 239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역시 지난 15일 약 656억원을 횡령해 조합원 747명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로 지역주택조합 두 곳의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등을 기소했다. 지난 24일에는 90억원대 조합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충북 청주 사직 2구역 조합장 등 2명이 구속됐다.

전문가들 “매입 안 하는 게 최선”

지주택 사업은 주민의 자율성이 강조돼 지방자치단체에서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사업 추진 요건을 대폭 강화한 주택법을 시행하고 있다. 종전에는 사업 대상 토지 80%의 사용권을 확보하면 조합을 설립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추가로 소유권 15%를 확보해야 한다. 조합 업무대행사의 자본금 기준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렸고, 허위 광고를 하거나 청약 철회에 관한 내용을 안내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는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조합원이 보유한 주택이나 토지를 기반으로 사업이 전개되는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지주택 사업은 대부분 시행사가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게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입주 확률이 워낙 낮아 “아예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계상 지주택 성공 확률이 20% 남짓인데, 이 정도면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도시정비법, 도시개발법을 적용해 규제를 강화하고, 이런 방식으로도 피해가 줄지 않으면 제도를 폐지하는 것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주택 사업을 내 집 마련의 방편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무주택자라면 사업 부지 확보율이 100%에 가까운 조합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화된 주택법에 따라 지주택 사업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면 토지 80%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정도 부지 확보만 이뤄지면 일단 사업이 아예 진행이 안 되는 리스크는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장강호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