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에 있는 신경세포는 약 1000억 개다. 신경세포들은 끊임없이 서로 전기화학신호를 주고받으며 기억, 사고, 학습 등 인지기능과 운동기능을 수행한다. 이같은 뇌 신경세포가 단기간에 손상되면 어떻게 될까. 기억력이 떨어지고 언어, 운동능력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바로 ‘뇌졸중’이다.
뇌 안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뇌졸중이 발병하면 1분당 190만 개의 신경세포가 손상된다. 매년 세계적으로 1500만 명이 새롭게 뇌졸중에 걸린다. 사망률은 혈관질환에 이어 2위다. 그만큼 흔하면서도 사망 위험이 높다. 특히 혈관이 수축하는 추운 겨울철에는 뇌졸중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입꼬리 한 쪽이 잘 올라가지 않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 초기증상이 나타나면 3~4시간의 ‘골든타임’ 안에 치료를 받아야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뇌졸중은 왜 발병하는지,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막히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
뇌졸중은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뇌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한의학에서는 바람에 맞은 것처럼 갑자기 발병하고 빠르게 악화된다는 뜻에서 ‘중풍(中風)’으로도 불린다.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뇌 안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뇌경색(허혈성 뇌졸중)’, 혈관이 터지면서 피가 고이면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이다. 보통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웃을 때 입꼬리 한 쪽이 올라가지 않는 ‘안면 마비’가 뇌경색의 대표적 증상이다. 혈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운동기능이나 감각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팔을 들었을 때 한 쪽이 힘이 빠져서 들기 어렵거나, 저리고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들면 뇌경색을 의심해야 한다. 만약 언어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혈관이 막히면 말이 어눌해지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증상도 나타난다.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머리가 맑지 않고 멍하거나, 고개를 위로 들었을 때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증상이 수십 분 동안 지속되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미니 뇌졸중’이라고 불리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다. 증상이 일시적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면 뇌경색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가 절반가량이다.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이틀 이내 뇌경색이 본격적으로 발병할 위험도 높다. 박정현 고신대복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경색은 비교적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만 이를 만성 피로, 단순 노화에 의한 증상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다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심각한 장애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울증·스트레스 뇌졸중 위험 높여
뇌경색은 심장박동 속도가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는 부정맥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은 심장박동이 매우 빠르게 뛰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것이다. 심방에서 심실로 혈액이 모이면, 심실이 온 몸의 장기로 혈액을 보낸다. 심방세동이 나타나면 혈류장애가 일어나면서 혈전(혈액 덩어리)이 만들어진다. 혈전이 많아질수록 혈관이 막힐 가능성이 커진다.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당뇨, 고지혈증 등 혈관과 관련된 병을 앓고 있거나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도 뇌경색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뇌경색은 심장에서 뇌로 가는 혈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과 만성 스트레스가 있으면 심박수가 불규칙해지고,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감소하면서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혈관이 아예 터지는 뇌출혈은 고혈압 환자에게서 자주 발병한다. 혈압이 높아지면서 뇌혈관의 약한 부분이 터지기 때문이다. 흡연을 하거나 항응고제,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뇌출혈 위험이 높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이나 무더운 여름철에 뇌졸중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몸 안의 혈관이 수축한다. 이에 따라 혈압이 상승하면서 뇌졸중이 발병하기 쉬운 조건이 갖춰진다. 반대로 여름철에는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낮아진다. 하지만 땀을 많이 흘리면서 탈수 현상이 일어나는 탓에 혈관이 서로 달라붙는 협착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지난해 월별 뇌졸중 환자 수를 살펴보면 12~1월, 6~7월에는 다른 때보다 최대 1만 명가량 환자가 많았다.
가볍게 생각하다 ‘골든타임’ 놓쳐
뇌졸중 치료는 ‘시간이 생명’이다.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망 위험이 높아지고,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초기 증상을 가볍게 생각하다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비율이 전체의 42%에 그쳤다. 질병관리청이 시행한 조사에선 뇌졸중 조기 증상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61.7%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이 뇌졸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F.A.S.T’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안면마비(Face), 한쪽 팔 마비(Arm), 어눌해지는 말소리(Speech)가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Time)하라’는 의미다. 조병래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무리 의술이 발달했어도 뇌졸중 증상 발현 후 3~4.5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어렵다”며 “이상 증상을 느끼면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병원에 가고, 몸을 가누기 힘들 땐 119에 연락하거나 주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는 연속 심전도 검사를 통해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심방세동 환자의 3분의 1은 무증상이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야 진단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윤창환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장기 연속 심전도 검사가 부정맥 환자들에게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혈압 환자는 칼륨 섭취로 예방
뇌졸중은 혈관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이라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덩어리진 혈액을 녹이는 ‘정맥혈전용해술’을 쓸 수 있다. 혈관주사만 놓으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다. 다만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정맥혈전용해술을 쓸 수 없는 상황이면 카테터 등을 이용해 뇌동맥 내 혈전을 직접 제거해서 혈액이 통과할 수 있는 길을 뚫어줘야 한다.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생기는 뇌출혈의 경우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먼저 혈관이 터진 위치, 모양, 크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을 활용한 혈관조영술 등을 시행한다. 출혈량이 많거나 뇌압이 지나치게 높으면 두개골을 열어야 한다. 만약 뇌 동맥벽이 터지는 ‘뇌동맥류’라면 백금 코일을 넣어서 출혈을 막는 코일색전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금연은 필수다. 혈관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평소 음식을 싱겁게 먹고, 칼륨이 많은 부추, 상추, 당근, 감자 등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수영, 빠르게 걷기, 조깅 등 유산소운동을 하루 30분 정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주변에 갑자기 뇌출혈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면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올바른 자세로 눕혀 두고 가만히 놔둬야 한다.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손과 다리를 주물러주는 건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다.
2022년 새해를 맞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송두리째 바뀐 것이 햇수로 3년째다. 발병 초기 ‘머지않아 곧 종식될 것’이라는 일부의 예측이 무색하게 코로나19는 진화를 거듭하며 우리의 삶을 모두 뒤바꿔놓았다. ‘비대면’은 일상이 됐고, 숱한 코로나19 검사와 자가격리를 거치며 집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났다.초유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신체활동 감소,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인해 국민 건강은 나빠졌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시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중 비만(체질량지수 25 이상) 비율은 38.3%로 직전 해(33.8%)에 비해 높아졌다. 성인 10명 중 4명이 과체중인 셈이다. 코로나19 이전엔 변화가 없던 고혈압 유병률·고위험 음주율도 덩달아 3%포인트씩 높아졌고,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우울증 환자도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3년차에 접어드는 임인년을 맞아 명의들에게 슬기로운 건강 관리법을 물었다. 식사시간·식사량 지키고 야식 피해야먼저 식습관.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식사시간이 들쭉날쭉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매일 정해진 시간에 끼니를 챙겨 먹어야 과식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입맛이 없어지면서 식사를 거르고 과일이나 떡, 빵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활동량이 적은 고령층이 이런 고열량·고당분 음식을 자주 먹으면 체중이 늘어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배가 고프지 않아도 제 시간에 식사를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새해 단골 목표인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식판이나 일정한 크기의 그릇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식사량을 한눈에 확인하고 조절하기 위해서다.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선 하루 섭취 열량을 기존보다 약 500~800㎉ 줄여야 한다. 단 ‘1일 1식’ 등 끼니를 거르면서 하는 다이어트는 ‘금물’이다. 박 교수는 “불규칙하게 식사를 거르면 지방 대신 근육이 빠지면서 체력이 약해지고 우울증까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맵고 짠 음식도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자극적인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으면 체중 증가는 물론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대사질환도 함께 따라올 수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라며 “마트에서 식품을 살 땐 영양성분표를 확인해 열량이 낮고 포화지방, 당 함량이 적은 식품을 구매하는 게 좋다”고 했다. 특히 당분이 적은 식품을 가까이 하면 식후 혈당 상승 속도가 느려지면서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 토마토, 버섯, 미역, 사과, 귤, 양배추 등이 대표적이다. 잠들기 3~4시간 전 ‘야식’은 피해야 한다. 먹고 나서 바로 누우면 역류성 식도염 등 위·식도 질환이 생길 수 있는 데다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고령층도 근력 키워야 관절통 완화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하루에 30~60분, 1주일에 3~5회씩 약간 숨이 찰 정도로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할 땐 실내보단 밖으로 나가서 목표 지점을 정하고 하는 게 지속 시간을 더 늘릴 수 있는 비결이다.운동을 하기 전엔 약 5분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줘야 한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맨손체조 등을 통해 관절을 움직여서 힘줄, 근육, 인대, 관절막을 서서히 늘려줘야 부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체중이 지나치게 많이 나가는 고도비만일 경우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줄넘기, 달리기는 피해야 한다.체력을 키우기 위해선 근력 운동도 뒷받침돼야 한다. 박 교수는 “집에서 스쿼트와 플랭크를 하거나 아령이나 운동밴드 등을 활용해 수시로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스쿼트에 익숙하지 않거나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은 벽에 등을 댄 채로 하면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 등을 위로 향하게 한 채로 엎드려서 한쪽 다리를 번갈아 드는 자세도 손쉽게 허벅지·다리 근육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고령층도 관절이 좋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근력운동을 피하는 게 답은 아니다. 박 교수는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은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염증이 생기고 관절 건강이 더 악화된다”며 “앉은 채로 상체만이라도 운동밴드나 줄넘기 등을 잡아당기며 근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올해 금연·절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가족·친구·동료에게 알리는 게 좋다. 의지박약으로 ‘작심삼일’이 걱정될 경우 주변 사람과 함께 목표를 정해 실천하는 것도 방법이다. 술자리에 가기 전엔 음주량을 미리 정해두고, 이를 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적·정적 취미로 우울감 관리해야코로나19 이후 우울감과 무기력이 심해진 사람도 많다. 모임과 만남이 줄면서 고립감을 느끼고,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기 위해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나만의 취미를 가질 것을 권고한다. 박 교수는 “명상, 독서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을 수 있는 정적인 취미와 등산, 스포츠 같이 활력을 불어넣는 동적인 취미를 하나 이상 가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신체활동을 늘리는 것도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특히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엔 몸이 위축되고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햇빛이 줄어들면 신경전달물질인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이 부족하면 수면장애가 생기고 스트레스·우울증이 악화된다. 손 교수는 “밖으로 나가 조깅, 겨울 레포츠 등을 통해 스트레스 완화와 체력 단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신체활동이 어려운 두꺼운 겨울 잠바보다는 얇은 겉옷을 여러 벌 껴입는 게 좋다”고 말했다.바깥으로 나가는 게 여의치 않다면 주기적인 환기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집 안의 공기가 정체되면 요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이 실내에 쌓인다. 이런 미세먼지는 호흡기나 폐 건강도 해치지만,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를 줄여 우울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박 교수는 “환기를 통해 맑은 공기를 마시면 혈관이 이완되면서 긴장감이 완화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3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당뇨병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낸 질환이 있다. 바로 ‘결핵’이다.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전염되는 결핵은 1990년대엔 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 등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7위였다. 그러다 위생·영양상태가 개선되면서 국내 결핵 발병률·치명률은 지난 3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결핵을 ‘옛날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하지만 결핵은 여전히 국가가 관리하는 법정감염병 중 사망자가 가장 많은 ‘현재진행형’인 병이다. 결핵균이 폐를 비롯해 온몸 곳곳으로 퍼지면 만성적인 호흡곤란은 물론 복통·궤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결핵은 어떤 병인지, 증상은 어떤지,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결핵 환자 1명이 30명 감염결핵은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폐결핵 환자의 비말(침방울) 등에 있는 결핵균이 기침, 재채기를 통해 공기 중에 나와 떠돌다가 주변 사람을 감염시킨다. 특히 침방울은 공기 중으로 나오면 수분이 줄어들면서 날아다니기 쉬워진다. 감염 범위가 꽤 넓다는 의미다. 결핵환자 1명이 100명과 접촉하면 약 30명이 결핵균에 감염된다는 보고도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규폐증(폐에 규산 등 먼지가 쌓여 생기는 만성질환), 만성 신부전, 당뇨, 영양실조 및 저체중 등이 있는 환자는 결핵에 더 취약하다.결핵균이 몸 안에 들어온다고 해서 증상이 곧바로 나타나는 건 아니다. 결핵 환자 대부분은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 결핵’이다. 그러다 나이가 들거나 면역력이 약해지면 증상이 생긴다. 결핵균이 어디에 갔는지에 따라 증상은 다르다. 가장 흔한 건 ‘폐결핵’이다. 결핵균은 산소가 많은 곳으로 향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폐결핵에 걸리면 2주 이상 기침을 하거나 가래가 섞여 나온다. 발열, 전신 무력감, 체중 감소 등도 함께 나타난다. 입맛이 없어지고 소화가 잘 안 되며, 집중력이 떨어진다. 병이 상당히 진행되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담’, 피를 토하는 ‘객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폐가 손상될 정도로 나빠지면 호흡곤란이 생기고, 흉막·심막 등을 침범할 경우엔 흉통이 동반된다.결핵은 폐 이외에 우리 몸 어느 곳이든 침범할 수 있다. 만약 겨드랑이·목 등에 퍼져 있는 림프절이 결핵균에 감염되면 발열·무력감 등 전신 증상과 함께 림프절이 부어오르면서 통증과 압박감을 느낀다. 척추 결핵이면 허리에 통증이 생기고, 결핵성 뇌막염이면 두통·구토 등 증상이 나타난다. 결핵균이 위장관으로 가면 복통, 설사, 장 내 궤양 등을 일으킨다. ○결핵 발병률, OECD 국가 1위지난해 발생한 결핵 환자는 1만9933명, 이 중 사망자는 1356명이다. 2012년 사망자 2466명을 기록한 후 꾸준히 줄긴 했지만, 여전히 국가가 관리하는 감염병 중에서는 사망자가 가장 많다. 결핵과 함께 2급 감염병에 속해 있는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 균종(CRE·226명), 폐렴구균(68명)도 결핵 사망자 수를 크게 밑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922명)과 비교해도 1.5배 많다.세계적으로도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결핵 발생률(인구 10만 명당 49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3.8명) 역시 리투아니아·콜롬비아에 이어 세 번째였다.결핵 사망자 중 대부분은 7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지난해 결핵 사망자 1356명 중 1048명(77.3%)이 70세 이상이었다. △60대 139명 △50대 98명 △40대 50명 △30대 15명 △20대 5명 등 고령층일수록 사망자 수도 많았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 역시 60세 이하까지는 한 자릿수였지만 70세 이상은 19.1%로 껑충 뛰었다. ○가족 감염 위험…가래 이용해 검사결핵은 대부분 증상을 보이지 않고 숨어 있어 위험하다. 갑자기 면역력이 떨어져서 결핵이 발병하면 짧은 시간 안에 주변 사람에게 퍼뜨리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결핵 환자와 장시간 동일 공간에서 생활하는 가족 등 동거인이 특히 감염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결핵 관리가 미흡해지면서 향후 5년간 결핵 발생 및 사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놨다.그만큼 빠른 진단검사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결핵균은 가래(객담검사)를 통해 검출할 수 있다. 슬라이드에 가래를 얇게 펴 발라 결핵균만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도말검사’가 대표적이다. 도말검사는 검사 시간이 짧아 보통 하루 안에 결과가 나온다. 가래 안에 균을 2~8주간 증식시켜야 하는 ‘배양검사’보다 간단하다. 하지만 검체 채취 시간에 따라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고, 일단 결핵이 발병한 후에야 검사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잠복결핵인 경우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 검사를 할 수 있다. 결핵균 배양액을 끓이고 남은 액체인 투베르쿨린을 주사를 통해 팔 안쪽 피부에 넣으면 주사 부위가 단단해진다. 이 부위가 얼마나 넓은지에 따라 잠복결핵인지 알 수 있다. 이 밖에 혈액검사로 인터페론 감마분비 수치를 측정해 잠복결핵을 진단할 수 있다. ○“백신 맞았어도 증상 생기면 진단해야”결핵에 걸리면 항결핵제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 결핵약을 복용하면 2주 만에 기침, 발열, 무력감 등 증상은 사라진다. 결핵약은 흡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식전 30분 모든 약을 한꺼번에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 중간에 약물 이상반응이 생기면 복용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약으로 바꿔야 치료 효과가 높다. 일반적으로 결핵약을 6개월 이상 복용한 뒤 객담 도말검사를 다시 시행해 결핵균이 더 이상 검출되지 않으면 완치됐다고 본다.결핵을 예방하려면 BCG 백신을 맞으면 된다. 결핵균의 독성을 완화해서 만든 BCG 백신을 맞으면 결핵 발병률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신생아는 출생 후 4주 안에 BCG 예방접종이 필수다. 다만 신생아 때 BCG 백신을 맞았더라도 결핵이 100% 예방되는 건 아니다. 백신을 맞은 후 10년째부터는 면역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BCG 백신을 맞았더라도 결핵을 평생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발현되면 바로 검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신생아는 결핵, 인플루엔자, 백일해 등 거의 모든 감염병에 ‘무방비’인 상태로 태어난다. 이 때문에 신생아와 산모는 태어난 첫해 주사를 맞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한다. 생후 12개월 안에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 횟수만 24번이다.영·유아 예방접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지만, 요즘 ‘새내기 부모’들은 걱정이 많다. 면역력이 약한 아기를 데리고 여러 차례 병원을 찾다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돼서다. 그렇다고 제때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다른 감염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최근 영·유아 백신을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사 GSK가 백신 공급을 일시 중단하면서 사노피파스퇴르 등 다른 제약사 백신으로 ‘교차접종’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영·유아가 필수로 맞아야 하는 백신은 무엇인지, 교차접종해도 괜찮은지 등을 알아봤다. 생후 1개월 안에 결핵·B형간염 접종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신생아가 생후 12개월 안에 필수로 맞아야 하는 백신은 총 11개다. 주사를 맞는 횟수로 따지면 24번이다. ‘원샷원킬’이 아닌, 2~4회씩 맞아야 하는 백신이 있어서다.가장 먼저 접종해야 하는 ‘1번 백신’은 생후 1개월이 지나기 전에 맞아야 하는 ‘결핵(BCG)’과 ‘B형간염(HepB)’이다. 결핵균은 결핵 환자의 기침, 재채기 등에서 나오는 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 결핵균이 신생아의 몸에 들어오면 폐뿐 아니라 흉막, 림프샘, 중추신경계 등 여러 부분을 침범할 수 있다.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B형간염은 환자의 혈액 등을 통해 감염된다. 산모가 B형간염에 걸리면 태아도 따라 걸리기도 한다. 결핵 백신은 한 번만 맞으면 된다. B형간염 백신은 △생후 1개월 이내 △1개월이 됐을 때 △6개월이 됐을 때 등 총 세 번을 맞아야 한다.생후 2개월부터는 더 많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가 대표적이다. 디프테리아와 백일해는 호흡기 질환이다. 걸리면 열이 나고, 기침·콧물·재채기 등 감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신생아가 백일해에 걸리면 심한 기침을 하다가 사망하기도 한다. 파상풍은 오염된 상처를 통해 세균이 들어와 근육을 경직시키는 병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DTaP 백신으로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 생후 2, 4, 6개월 등 총 세 번을 맞아야 한다.이 밖에 하지 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소아마비·IPV), 뇌수막염·후두개염·폐렴 등을 유발하는 ‘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Hib)’, 급성 중이염·폐렴·균혈증 등의 원인이 되는 폐렴구균(PCV) 백신도 생후 2개월부터 두 달 간격으로 접종한다.돌이 지나야 맞을 수 있는 백신도 있다. ‘MMR’로 불리는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은 DTaP처럼 백신 하나로 예방할 수 있다. 수두(VAR), A형간염(HepA), 일본뇌염 등도 이때부터 맞을 수 있다. 단 수두는 늦어도 15개월까지, A형 간염은 23개월까지, 일본뇌염은 35개월까지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인플루엔자(IIV) 역시 생후 6개월과 12개월에 두 번 맞춰야 완벽한 면역력이 갖춰진다.이들 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두 무료다. 영유아에게 흔히 발생하는 위장관염의 원인인 로타바이러스는 필수 예방접종은 아니지만, 일정 비용을 내고 맞출 수 있다. 가격은 병원에 따라 회당 8만~16만원 정도다. 5가백신 맞으면 횟수 24번→18번필수 예방접종을 마치려면 1년에 20번 넘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로타바이러스 등 선택접종까지 더하면 거의 매주 병원으로 유모차를 몰아야 한다. 이런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나온 게 ‘혼합백신’이다. 국내에서 주로 접종되는 건 5가 혼합백신이다. DTaP에 폴리오, 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까지 5개 질병을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에 태어난 신생아의 94.3%는 5가 혼합백신을 맞았다. 각각의 질병을 예방해주는 5종의 백신을 각각 맞는 대신 혼합백신 하나로 대신한다는 얘기다.혼합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다. DTaP, 폴리오, 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를 개별 백신으로 맞으려면 총 10번을 접종해야 한다. 하지만 5가 혼합백신을 맞으면 이를 4번(5가 혼합백신 3회+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 추가접종 1회)으로 줄일 수 있다. 총 24번 맞아야 할 주사를 18번에 끝낼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5가 혼합백신은 GSK의 ‘인판릭스IPV/Hib’, 사노피파스퇴르의 ‘펜탁심’이다. 이들 역시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되기 때문에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효능도 입증됐다. 혼합백신이 개별 백신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접종 후 형성되는 면역원성(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정도)이 같아야 한다. 강진한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5가 혼합백신을 맞은 그룹은 개별 백신을 모두 접종한 그룹과 면역원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최근엔 5가 혼합백신에 B형간염까지 더한 6가 혼합백신도 나왔다. 접종 횟수를 24번에서 16번까지 줄일 수 있지만, 아직 국가필수예방접종이 아니어서 별도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인판릭스→펜탁심’ 교차접종 가능영·유아 예방접종은 코로나19 백신처럼 교차접종이 가능할까. 이달부터 GSK가 허가 관련 문서 보완 등의 이유로 백신 공급을 일시 중단하면서 영·유아 백신 교차접종은 현실이 됐다. GSK가 중단한 백신은 5가 혼합백신 인판릭스IPV/Hib, 폐렴구균 백신인 ‘신플로릭스’, MMR 백신 ‘프리오릭스’, A형간염 백신 ‘하브릭스’,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릭스’ 등이다.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당분간 신규 접종에 GSK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제약사의 백신을 우선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문제는 이미 GSK 백신을 맞은 경우다. 원칙적으론 DTaP, 폐렴구균 등 백신은 추가접종 시 같은 제조사의 백신을 맞아야 한다. 하지만 GSK의 공급 중단으로 같은 백신을 맞을 수 없다면 교차접종해도 된다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접종이 늦어지는 것보다는 교차접종해서라도 빨리 완료하는 게 이득이 더 크다”고 했다. 백신이 없어서 제때 접종하지 못하는 것보다 다른 제약사 백신으로 접종을 완료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교차접종할 경우 면역원성 감소, 이상반응 발생 증가 등 특이사항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예컨대 GSK의 5가 혼합백신을 맞은 뒤 2차 접종할 시기가 됐다면, 접종을 미루지 말고 사노피파스퇴르의 펜탁심을 접종하라는 얘기다. 3차 역시 펜탁심을 맞으면 된다. 신플로릭스는 한국화이자의 ‘프리베나13주’, 로타릭스는 한국MSD의 ‘로타텍’으로 대체할 수 있다.조혜경 가천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동일 제조사 백신을 맞아야 하지만, 백신 공급 문제 등 불가피한 상황에선 다른 제조사 백신으로라도 맞아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