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예정대로 오는 10일 통지하고,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수험생 6515명에게는 이 과목 성적을 추후 제공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오류 논란에 휩싸인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을 유예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온 뒤 교육부와 평가원이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교육부와 평가원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및 대학들과 신속히 협의해 빠른 시간 내에 향후 대입일정 등 필요한 사항을 안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회의에 앞서 평가원은 "법원 결정에 따라 내일로 예정됐던 성적 통지 중 생명과학 응시생들에 대한 성적 통지는 보류하기로 했다"며 "수험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시생들의 성적표에 생명과학Ⅱ만 공란으로 두고 나머지 성적을 통지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지난달 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에서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92명은 해당 문항에 오류가 있다면서 평가원을 상대로 정답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이를 받아들여 본안 소송 선고까지 정답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이날 결정했다.본안소송은 다음날 첫 변론기일이 진행된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문·이과 통합형으로 처음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문과와 이과 학생 간 점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수학이 예년보다 어렵게 출제돼 상위 등급 대부분을 이과생이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9일 종로학원 등 입시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의 약 89%는 이과생인 것으로 분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할 때 수학 만점자 전원이 선택과목에서 이과생이 많이 고르는 ‘미적분’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과생의 문과 교차 지원이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수학에서 선택과목 간 격차는 굉장히 큰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도 “이과 수험생이 과학탐구의 높은 표준점수를 활용해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응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올해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구조로 출제됐다. 수학은 공통과목 문항 22개, 선택과목 8개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과목을 푼 뒤 본인 선택에 따라 8개 문항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과목 중에서 선택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문과생은 대체로 확률과 통계, 이과생은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입시기업 유웨이가 고3 수험생 453명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이과생 중 33.2%는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이 상경계열 등 인문계 모집단위에 교차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불합격하는 문과생도 상당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는 전학년도와 달리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해 인문계열은 국어 수학 중 1개 과목을 포함해 2개 과목 등급 합이 4등급 이내, 영어는 3등급 이내, 한국사는 4등급 이내여야 한다.고려대는 인문계가 4개 영역 등급 합이 7등급 이내 및 한국사 3등급 이내여야 합격할 수 있다. 국어 영어 등 다른 과목의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수학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 합격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출제 오류 논란이 일었던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에 대해 법원이 효력정지 조치를 내렸다. 수험생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면서 ‘수능 성적 통지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수능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과목의 응시자 등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수능 정답결정처분 취소 집행정지 사건에서 인용 결정을 내렸다.이에 따라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생명과학Ⅱ 과목을 택한 응시자 6515명의 성적표는 해당 부분만 공란으로 처리해 배부한다. 수능 문제 오류에 대해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은 물론 성적표 일부분이 공란으로 배부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수능 최상위권 학생들의 입시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와 평가원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들과 신속히 협의해 이른 시간 안에 향후 대입 일정 및 필요한 사항을 안내할 것”이라며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생명과학Ⅱ 20번 정답 결정 취소소송이 신속히 진행돼 후속 대입전형 일정에 차질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면서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논란에 대해 ‘이상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강태중 평가원 원장은 “많은 전문가와 전문 학회를 자문했고, 그 결과를 종합해 정답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고 밝혔다.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동물 종 P의 두 집단이 지닌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멘델 집단’을 가려내는 문제다. 이의를 제기한 수험생들은 “지문대로 계산하면 동일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로 인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험생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평가원이 정답을 확정하자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생명과학 전문가들도 평가원의 결정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종일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겸 의과대학 의과학과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가원이 문제 오류를 미리 발견하지 못한 ‘직무유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김 교수는 “평가원은 집단 I에서 긴 날개와 짧은 날개 개체 수를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문제를 풀 수 있으므로 오류가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며 “하지만 대부분 학생은 자신이 푼 내용에 실수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산을 하고, 그 과정에서 음수 개체 수가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학생들이 이런 오류를 발견하고 나면 ‘평가원도 잘못된 문제를 출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오류가 있는 문항이 출제됐을 리 없으므로 계산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며 “풀이를 반복하다 시간을 다 쓴 학생들만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능 정답결정처분 취소 본안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10일이다.김남영/오현아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