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밤까지 긴 대기줄 > 8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 늦은 밤까지 긴 대기줄 > 8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7000명 선을 뚫었다. 기존 최다 기록(3일·5352명)보다도 1800여 명 많은 데다 6000명대를 건너뛰고 곧바로 5000명대에서 7000명대로 직행했다. 위중증 환자도 처음으로 8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방역당국의 핵심 전략인 ‘3T(검사·추적·치료)’ 역량에 과부하가 걸렸다. 의료계에선 ‘하루 확진자 1만 명대’가 머지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령층·소아·청소년 확산세 주도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7175명이다. 6일(4954명)에 비해 2200명 넘게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7000명대를 기록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작하기 직전주(10월 26~31일·1900명)와 비교해선 3.8배에 달한다. 위중증 환자 역시 840명으로 역대 최다를 찍었다. 사망자는 63명으로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는 2명 늘어 누적 38명이 됐다.

8일에도 확산세는 이어졌다. 이날 확진자는 오후 9시 기준 5114명이다. 전날보다 590명 적다. 밤 12시 집계가 마감되면 6000~70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만명 확진' 코앞…검사 대기만 3시간, 속속 무너지는 방역시스템
코로나19 확산세는 60세 이상 고령층,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이 이끌었다. 신규 확진자 7175명 중 34.1%(2449명)는 60세 이상이었다. 0~19세 확진자도 19.4%(1392명)였다. 백신을 맞은 지 오래돼 예방효과가 떨어진 고령층, 미접종자 비중이 많은 소아·청소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날 기준 60세 이상 접종완료자 가운데 ‘부스터샷(추가접종)’을 맞은 비율은 23.9%였다. 12~17세의 접종완료율도 33.1%에 그쳤다.

최근 한 달간 화요일 확진자는 2425명(11월 9일)→3187명(11월 16일)→4115명(11월 23일)→5122명(11월 30일)으로 1주일마다 앞자리가 바뀌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이달 말 1만 명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이 정점이 아니다”며 “강력한 추가 대책이 없다면 하루 확진자 1만 명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10일부터 16일까지 가나와 잠비아에서 오는 단기체류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 국가에서 오는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백신 접종과 관계없이 10일간 시설에 격리한다.

확진자 폭증에 방역역량 과부하

검사·추적·치료 등 정부의 방역대응은 모두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의 핵심 방역대응 역량은 이렇다. 한 축에선 빠른 검사로 확진자를 걸러내고, 이들의 밀접접촉자를 대상으로 숨은 확진자를 찾는다. 다른 한 축에선 위중증 환자를 치료해 치명률을 낮춘다. 이른바 3T 전략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자 곳곳에서 오작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검사. 최근 확진자가 늘어난 데다 방역패스(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제한하는 제도) 확대로 유전자증폭(PCR) 검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62만656건으로, 한 달 전(11월 2일) 30만8577건에서 약 두 배로 늘어났다. 이날 서울역 광장의 선별진료소에는 오전부터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대기 시간만 3시간에 달했다. 서울 시내 선별진료소 대부분이 90분 이상 대기해야 하는 ‘혼잡’ 상황이다.

‘숨은 확진자’를 추적하는 역량도 소진 상태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격리 중 확진되는 비율(방역망 내 관리 비율)은 11월 첫째주 40.0%에서 12월 첫째주 32.3%로 떨어졌다. 확진자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되고도 이곳저곳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나중에야 확진을 통보받는다는 뜻이다. 역학조사 인력도 부족하다. 현재 전국의 역학조사관은 514명이다. 지난 6월 456명에서 13%밖에 늘지 않았다. 같은 기간 확진자가 10배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중환자 병실이 고갈되면서 치료역량 역시 한계에 부딪혔다. 수도권의 중환자실 가동률은 △서울 88.6% △인천 91.1% △경기 79%다. 동대문구에선 병상 배정을 기다리던 60대 남성이 이달 6일 호흡곤란을 호소하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나왔다. 이 같은 사망 사례는 지난달 이후 총 29건 발생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언제 비상계획을 추가로 발동할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