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노동권 실태 설문결과 발표
"농업 이주노동자 더 열악…18%가 적극적 정신과 진료 필요"

국내 농어촌과 공장 등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우울증 위험에 처했으나, 실제로 치료를 받기는 힘든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10명 중 4명 우울군…근로환경 개선해야"

8일 국회에서 열린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의 안전보건 및 노동권 실태와 과제' 토론회에서 이진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장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캄보디아 노동자 6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과 우울증 선별검사(PHQ-9) 등을 진행한 결과 우울증 위험이 있는 '우울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은 40.3%에 달했다.

적극적인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수준에 처한 이도 11%를 넘었다.

특히 농축산업 종사자 중 63.6%가 우울군에 포함됐다.

이 중 18.2%는 적극적인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질병관리청이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우울군에 분류된 여성과 남성이 각 6.1%, 2.5%인 것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이밖에 50.8%가 불안감을 느꼈다고 밝혔고, 58.7%가 전신 피로, 44.4%가 불면증이나 수면장애를 겪었다고 답했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10명 중 4명 우울군…근로환경 개선해야"

반면에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었는데 갈 수 없었다'고 답한 비율은 55.7%에 이르렀다.

병원에 가지 못한 이유(복수응답)로는 '의사소통 문제'(34.9%), '갈 시간이 없어서'(31.7%), '어디 있는지 몰라서'(23.8%) 등으로 나타났다.

이 센터장은 "이주노동자 대다수가 언어적 제약, 정보에 대한 낮은 접근성, 열악한 노동조건, 사회적 차별 탓에 건강을 지키기 힘든 처지에 놓였다"며 "이들이 주로 일하는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가 점검과 감독을 강화해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를 대신해 의사를 전달할 통역인이 부족한 만큼 관련 인력을 충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비롯해 국내 이주인권단체가 주최한 이 토론회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짚고 개선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어 '노동부가 파악하지 못한 농업 이주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주제로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지원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2019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천24시간으로 세계 2위에 해당한다"며 "국내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그보다 1천 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과중한 업무량과 부족한 휴게시간 등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 연장수당 미지급 등 피해를 호소하는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반면 노동부는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김지림 변호사,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센터장, 김형숙 노동부 국제협력관실 외국인력담당관실 사무관 등이 '고용허가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논의했다.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