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옌응옥꿰 씨 "한국고전 읽을 때마다 고향 베트남 떠올라"
“한국 고전은 보면 볼수록 베트남과 가깝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내 고향에서 듣던 이야기, 풍습들과 비슷한 점이 많아요. 이런 친숙함 때문에 한국 고전 번역을 하게 됐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선정한 ‘2021 한국문학번역상’ 번역대상(원장상)을 받은 베트남인 응우옌응옥꿰 씨(사진)는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번역원이 1993년 제정한 이 상은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한 번역가에게 수여하고 있다.

전문 번역가이자 한국외국어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응우옌응옥꿰 씨는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 역사서인 김부식의 《삼국사기2》(한길사)를 베트남어로 번역해 상을 받았다. 그는 “삼국사기는 삼국시대의 역사와 인물, 풍습 등 한국의 옛 문화를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책”이라며 “역사성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부분도 많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베트남 국립 하노이인문사회과학대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고전문학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다. 《심청전》 《홍길동전》 《삼국사기1》 등의 고전과 정호승 시인의 동화 《항아리》, 김려령 작가의 장편소설《가시고백》등 현대 작품을 베트남어로 번역해왔다. 베트남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도 다수 번역·편찬해 우수 외국인 학자에게 주는 월암학술상과 한국청소년신문이 주관하는 인문학술대상을 받았다.

그는 “연구자이고 대학 강사이다 보니 대중적인 작품보다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한국 고전을 베트남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며 “요즘 베트남에서는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 일반 대중을 위한 작품은 다른 번역가들을 통해 활발히 소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출판사들이 번역가를 고용해 한국 소설을 번역 출간하고 있으며, 베트남 전역에 한국어나 한국학을 다루는 대학이 30여 곳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응우옌응옥꿰 씨 외에 박인원 이화여대 교수가 번역대상(장관상), 이학수 미국 UCLA 명예교수와 김정희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지도교수가 공로상을 받았다. 박지혜 씨(영어)와 자스망 케빈 씨(프랑스어) 등 신진 번역가 9명은 번역신인상을 받았다.

박 교수는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을 독일어로 번역해 상을 받았다. 이 책은 지난해 독일 카스(Cass) 출판사를 통해 출간돼 독일 추리문학상 국제 부문 3위,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을 받는 등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박 교수는 2005년부터 은희경, 성석제, 김애란, 김영하 작가 등의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해왔다. 2012년엔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몰락하는 자》를 한국어로 옮겨 제15회 한독문학번역상을 받았다. 그는 “어릴 때 독일에서 자라 독일어에 익숙하지만 번역은 항상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공로상을 받은 이 명예교수는 1954년 문예지 허드슨리뷰에 한국 시를 번역해 실은 것을 시작으로 미국에 한국 문학을 알려왔고, 김 교수는 2012년부터 번역아카데미에서 신진 번역가를 발굴 양성하는 데 기여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