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신입사원 채용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재직자 대상 건강 관리와 인력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이 중대재해법 대비 차원에서 뇌심혈관계질환 위험군 직원에 대해 업무 재배치와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면서 법적 분쟁과 함께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늘고 있다.

대형 물류회사에서 야간 배송업무를 하며 회사로부터 업무능력을 인정받던 A팀장은 최근 건강검진에서 10년 전 심근경색 전력(기왕증)이 나오는 바람에 주간 사무직 근무로 전환배치 권고를 받았다. A팀장은 “입사 후 지금까지 배송만 해왔는데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주간 근무로 전환될 경우 수당 감소 등 경제적 손실도 커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은 단호했다. 중대재해법 이슈에 더해 최근 택배업계가 과로사 문제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탓에 정부가 노동계와 맺은 사회적 합의 등을 앞세워 규제를 강화한 상황인 만큼 전환배치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강제 재배치된 A팀장은 평생 해본 적 없는 사무 업무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B로지스틱스사에서 야간포장 업무를 하던 55세 직원 C씨는 건강검진 과정에서 과거 심근경색, 고혈압 병력 탓에 향후 뇌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낮시간을 활용해 보험설계사로 ‘투잡’을 뛰고 있던 직원은 강력히 거부했지만 회사는 주간업무·사무보조직 전환을 결정했다. 이후 야간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가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C씨가 부당전보라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D기업에서는 직원 건강상태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판매 등 투잡을 뛰고 있는 직원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산재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회사는 기존 겸직 금지와 징계 규정 정비에 나섰다.

엄격해진 재직자 건강 관리에 근로자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금껏 큰 지장 없이 일해왔는데 업무도 바뀌고 수입도 줄어들게 됐다. 누구를 위한 건강관리인지 의문”이라는 하소연이다.

직업환경의학회 소속 한 전문의는 “전환 배치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과 업무환경 변화로 인한 적응 문제가 되레 근로자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해 뇌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상황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